[인터뷰] 오래된 건물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재생건축가 이의중 님
Photo by 최열
동인천 곳곳의 오래된 건물을 탐험하고, 뽀얀 먼지 사이로 감춰진 매력을 살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 이의중 님을 만났습니다. 이의중 님은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주공 아파트가 재건축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후, 재생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교토의 건축회사에 다니다,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원도심을 조사하는 일을 시작했는데요. 동인천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게 된 시기도, 이때입니다. 3년간 여러 차례 동인천을 답사하다 옛 얼음창고였던 공간 ‘빙고’를 발견하고, 설계와 공사를 진행하며 비로소 동인천에 터를 잡았습니다.
그 후로 현재까지 10년 이상 동인천에 머물며 로컬의 다양한 근대 건축물을 재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로컬에서 축적된 경험을 통해, 삶과 건축의 관점을 만들어 가는 이의중 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안녕하세요 : )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인천 원도심에서 건축 조사, 건축 연구, 건축 수리 일을 하는 건축가 이의중입니다. 관심 있는 분야는 굉장히 오래된 건물이에요. 오래된 건물은 보통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있거든요. 변화의 흔적이 많이 묻어있는 건물을 좋아해요. 건물의 흔적을 들여다보며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여, 디자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건축 작업을 합니다.
건축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 건축을 시작했을 때부터 ‘재생 건축’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아버지 지인분이 전기와 건축 계통 일을 하고 계셨어요. 전기와 건축 둘 중에서 진로를 선택하면 좋겠다는 아버지 의견이 있었죠. ‘건축에선 전기도 일부 다루니까, 건축이 좋겠다!’ (웃음) 라는 아버지의 최종 의견으로 건축과에 가게 됐어요. 자의는 아니었지만 다행히 공부가 재밌더라고요. 관심도 생기고 흥미가 붙어서 지금까지 재밌게 하고 있어요.
오래된 건축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살았던 집이 없어지는 경험을 한 후부터예요. 제가 어릴 때 대단지 주공아파트에 살았었는데, 재개발로 인해 모두 없어졌어요. 집과 함께 추억할 기억도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죠. 초등학교 때부터 쭉 거기 살면서 추억이 정말 많았거든요. 동네 상가에 있던 떡볶이집, 교회 여름 성경학교에 갔던 것, 애들이랑 놀았던 공원 등이 한순간에 사라지니 공허했어요. 그래서 그 후로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방식보다 기존 건물을 활용하여 짓는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일본에서 건축일을 오래 하셨다 들었어요. 일본에서 건축가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방식에 관심을 좁히며 고민하던 중, 동아시아 건축 문화를 탐구하게 됐어요. ‘동아시아의 건축 문화는 목조 건축인 경우가 많은데, 목조 건물을 어떻게 재사용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목조 건축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중에서 일본을 가보기로 했죠. 일본을 여행하며 교토가 제게 잘 맞겠다는 결론이 들었고, 교토와 고베에서 공부하고 쿠라시키에 있는 설계회사에 지원해서 다녔어요.
동인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어쩌다 동인천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일본에서 한창 실무를 하던 중에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어요. 당시 주변에 있던 한인들이 하나, 둘 한국으로 돌아갔죠. 그래서 저도 그때 한국으로 급하게 들어왔어요. 계획을 하고 돌아온 게 아니다 보니, 갑자기 툭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일할 곳도 마련하지 않고 들어온지라 알바 자리를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우연히 LH에서 도시재생 연구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일하게 됐어요. 당시 제 업무가 전국에 있는 원도심을 조사하는 일이었어요. 전국 각지에 있는 많은 원도심을 다니며, 자연스레 원도심의 고민과 필요를 알게 됐죠. 그러다 인천에도 오게 된 거예요. 인천이 서울과 정말 가까운 데, 잘 오지 않던 곳이었거든요. 일 때문에 인천 원도심에 오게 된 건데, 생각보다 오래된 근대 건축물이 정말 많았어요. 한 곳에만 몰려 있는 게 아니라, 구석구석 퍼져 있더라고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둘러보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좋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 정도 일하며 프로젝트에 대해 고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다 2015년, ‘인천 아카이브카페 빙고’를 열게 되면서 이사를 결심하게 됐죠.
*동일본 대지진: 2011년 일어난 지진 사태로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이라고도 부른다. M9.1도이라는 일본 국내 지진 관측 역사상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추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불러오게된 지진이기도 하다.
‘빙고’라는 공간으로 동인천에 터를 잡게 되신 거네요. 지금의 ‘빙고’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빙고는 2014년에 매입해서 공사 후 2015년에 오픈한 공간이에요. 오랜 시간 동인천 원도심의 다양한 골목을 다니며 찾은 곳이죠.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얼음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이에요. 1920년대 지어진 걸로 추정되는 건물이고, 옛 건물의 특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돌벽과 천장 등 공간 본연의 특성을 살려 작업했어요. 개인 작업실 겸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1층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카페로 기획했고, 2층은 작업실로 만들었어요.
동인천에 터전을 잡겠다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해요.
오랜 시간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할 때, 주변 의견을 듣진 않았어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긴 했어요. 주차할 곳도 없고 너무 외졌다는 의견도 있었죠. 그런데 사실 주차가 어렵다는 건 문 앞 공간 활용도가 크다는 장점이기도 하잖아요. 그때는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제 의지대로 했어요.
벌써 동인천살이 10년이 넘었네요. 동인천에서 살면서 일도 해보니, 어떤 것 같으세요?
새로운 도시와 환경을 탐구하기에 바빴죠. 외국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처럼 새로운 공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알아가는 거예요. 한옥으로 이사 왔는데 마당이 넓어서 좋았어요. 서울 아파트가 조금 더 청결하고 치안이 좋고 편하지만, 인천의 한옥은 확실히 자유로웠죠. 여름에는 마당에 풀장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수영을 하기도 하고, 바비큐도 자주 먹었어요.
때로는 관심 있던 건물이 사라지는 걸 보며 좌절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것이 지켜질 수는 없잖아요. 어떤 상황이나 현상이 변할 때마다 희비를 느끼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 안에서 의미 있게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족들의 동인천살이는 어떤 모습인가요?
저와 아내는 서울에서 살다 인천에서 적응하는 기간을 거쳤어요. 초반에는 여러 사람들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내 또한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을 거쳐야 했어요. 10년 정도 동인천에 살면서 생활과 생각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죠. 이제는 가치 중심적으로 뜻이 맞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아이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인천에 있어서 그런지 인천 아이예요. (웃음) 아이한테는 이 동네의 문화가 당연한 거죠. 제가 어렸을 때처럼 골목길 문화가 있진 않지만, 학교 앞 놀이터에서 노는 놀이터 문화는 있더라고요. 학교 끝나면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 와요.
이번에 운영하시는 재생 건축 답사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자유공원 근처 개항장 일대를 다니며 근대 건축물을 알아보며, 오래된 도시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 동네 일대는 140년 이상 다양한 모습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공간으로 이어졌던 곳이에요. 오랜 세월이 흐르며 여러 사람의 사용을 거쳤고, 변하고 덧대어진 모습이 많죠. 이번 답사를 통해 동네를 향한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동네 건축물의 과거와 현재를 알아보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려 합니다.
‘건축가와 Talk 나잇’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인가요?
제가 생각한 내용은 개항장 속 오래된 공간에 담긴 이야기예요. 이와 함께 ‘재생 건축’의 과정 일부도 나누려 합니다. 건축가의 시선과 경험을 통해 말씀드리고, 함께 대화하고 싶어요.
참여자분들이 원도심 주택 살이를 궁금해하시면 실제 사례 이야기를 해 드려도 좋고요. 예상치 못한 공사와 집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 활용하는 방식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거든요. ‘빙고’를 리모델링했던 과정을 더해 말씀드리면 좋겠네요.
인더로컬에서 프로그램 운영을 제안받고, 참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로컬에서 운영하는 협동조합이고, 로컬의 일상을 공감하고 생활하는 곳으로 푸는 기획이 좋았어요. 너무 무겁거나 교육적이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해요. 로컬 생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오실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로컬 생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다른 마을에 갔을 때도 어떤 부분을 잘 봐야 하는지’, ‘원도심의 고민이나 매력은 무엇인지’ 같은 이야기요.
동인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8부두’를 자주 가요. 저녁에 가면 석양이 정말 예쁘고, 배가 들어오는 것도 구경해요. 커피도 마시고 자전거도 타면서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죠. 저녁 자유공원 산책도 좋아요. 자유공원이 생태학적으로도 재밌고, 시간 보낼 곳이 많아요. 배드민턴장도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아이와 자주 가서 쳤어요.
동인천으로 여행을 오거나, 삶의 터전을 옮길 미래의 이웃을 위해 슬기로운 동네 생활 꿀팁 한가지 부탁드려요.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듯 동네를 즐기시길 바라요. 여기저기 다 가보는 거죠. 해외에서 여행 다닐 때 동네를 탐험하잖아요. 그렇게 다녀보시면 좋겠어요. 사람들과 교류해 보고, 동네의 노포와 카페도 열심히 다니세요. 딱 이곳에만 있는 것들을 많이 즐기시면 좋겠어요.
앞으로 동인천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지금 해온 활동들을 계속 해 나가고 싶어요. 매년 여러 경험을 하며 궤도를 수정해 가고, 삶의 방향을 좁혀간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항로를 만들거나 바꾸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인터뷰] 오래된 건물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재생건축가 이의중 님
Photo by 최열
동인천 곳곳의 오래된 건물을 탐험하고, 뽀얀 먼지 사이로 감춰진 매력을 살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 이의중 님을 만났습니다. 이의중 님은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주공 아파트가 재건축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후, 재생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교토의 건축회사에 다니다,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원도심을 조사하는 일을 시작했는데요. 동인천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게 된 시기도, 이때입니다. 3년간 여러 차례 동인천을 답사하다 옛 얼음창고였던 공간 ‘빙고’를 발견하고, 설계와 공사를 진행하며 비로소 동인천에 터를 잡았습니다.
그 후로 현재까지 10년 이상 동인천에 머물며 로컬의 다양한 근대 건축물을 재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로컬에서 축적된 경험을 통해, 삶과 건축의 관점을 만들어 가는 이의중 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안녕하세요 : )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인천 원도심에서 건축 조사, 건축 연구, 건축 수리 일을 하는 건축가 이의중입니다. 관심 있는 분야는 굉장히 오래된 건물이에요. 오래된 건물은 보통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있거든요. 변화의 흔적이 많이 묻어있는 건물을 좋아해요. 건물의 흔적을 들여다보며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여, 디자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건축 작업을 합니다.
건축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 건축을 시작했을 때부터 ‘재생 건축’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아버지 지인분이 전기와 건축 계통 일을 하고 계셨어요. 전기와 건축 둘 중에서 진로를 선택하면 좋겠다는 아버지 의견이 있었죠. ‘건축에선 전기도 일부 다루니까, 건축이 좋겠다!’ (웃음) 라는 아버지의 최종 의견으로 건축과에 가게 됐어요. 자의는 아니었지만 다행히 공부가 재밌더라고요. 관심도 생기고 흥미가 붙어서 지금까지 재밌게 하고 있어요.
오래된 건축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살았던 집이 없어지는 경험을 한 후부터예요. 제가 어릴 때 대단지 주공아파트에 살았었는데, 재개발로 인해 모두 없어졌어요. 집과 함께 추억할 기억도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죠. 초등학교 때부터 쭉 거기 살면서 추억이 정말 많았거든요. 동네 상가에 있던 떡볶이집, 교회 여름 성경학교에 갔던 것, 애들이랑 놀았던 공원 등이 한순간에 사라지니 공허했어요. 그래서 그 후로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방식보다 기존 건물을 활용하여 짓는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일본에서 건축일을 오래 하셨다 들었어요. 일본에서 건축가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방식에 관심을 좁히며 고민하던 중, 동아시아 건축 문화를 탐구하게 됐어요. ‘동아시아의 건축 문화는 목조 건축인 경우가 많은데, 목조 건물을 어떻게 재사용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목조 건축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중에서 일본을 가보기로 했죠. 일본을 여행하며 교토가 제게 잘 맞겠다는 결론이 들었고, 교토와 고베에서 공부하고 쿠라시키에 있는 설계회사에 지원해서 다녔어요.
동인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어쩌다 동인천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일본에서 한창 실무를 하던 중에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어요. 당시 주변에 있던 한인들이 하나, 둘 한국으로 돌아갔죠. 그래서 저도 그때 한국으로 급하게 들어왔어요. 계획을 하고 돌아온 게 아니다 보니, 갑자기 툭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일할 곳도 마련하지 않고 들어온지라 알바 자리를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우연히 LH에서 도시재생 연구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일하게 됐어요. 당시 제 업무가 전국에 있는 원도심을 조사하는 일이었어요. 전국 각지에 있는 많은 원도심을 다니며, 자연스레 원도심의 고민과 필요를 알게 됐죠. 그러다 인천에도 오게 된 거예요. 인천이 서울과 정말 가까운 데, 잘 오지 않던 곳이었거든요. 일 때문에 인천 원도심에 오게 된 건데, 생각보다 오래된 근대 건축물이 정말 많았어요. 한 곳에만 몰려 있는 게 아니라, 구석구석 퍼져 있더라고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둘러보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좋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 정도 일하며 프로젝트에 대해 고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다 2015년, ‘인천 아카이브카페 빙고’를 열게 되면서 이사를 결심하게 됐죠.
‘빙고’라는 공간으로 동인천에 터를 잡게 되신 거네요. 지금의 ‘빙고’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빙고는 2014년에 매입해서 공사 후 2015년에 오픈한 공간이에요. 오랜 시간 동인천 원도심의 다양한 골목을 다니며 찾은 곳이죠.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얼음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이에요. 1920년대 지어진 걸로 추정되는 건물이고, 옛 건물의 특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돌벽과 천장 등 공간 본연의 특성을 살려 작업했어요. 개인 작업실 겸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1층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카페로 기획했고, 2층은 작업실로 만들었어요.
동인천에 터전을 잡겠다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해요.
오랜 시간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할 때, 주변 의견을 듣진 않았어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긴 했어요. 주차할 곳도 없고 너무 외졌다는 의견도 있었죠. 그런데 사실 주차가 어렵다는 건 문 앞 공간 활용도가 크다는 장점이기도 하잖아요. 그때는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제 의지대로 했어요.
벌써 동인천살이 10년이 넘었네요. 동인천에서 살면서 일도 해보니, 어떤 것 같으세요?
새로운 도시와 환경을 탐구하기에 바빴죠. 외국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처럼 새로운 공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알아가는 거예요. 한옥으로 이사 왔는데 마당이 넓어서 좋았어요. 서울 아파트가 조금 더 청결하고 치안이 좋고 편하지만, 인천의 한옥은 확실히 자유로웠죠. 여름에는 마당에 풀장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수영을 하기도 하고, 바비큐도 자주 먹었어요.
때로는 관심 있던 건물이 사라지는 걸 보며 좌절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것이 지켜질 수는 없잖아요. 어떤 상황이나 현상이 변할 때마다 희비를 느끼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 안에서 의미 있게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족들의 동인천살이는 어떤 모습인가요?
저와 아내는 서울에서 살다 인천에서 적응하는 기간을 거쳤어요. 초반에는 여러 사람들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내 또한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을 거쳐야 했어요. 10년 정도 동인천에 살면서 생활과 생각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죠. 이제는 가치 중심적으로 뜻이 맞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아이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인천에 있어서 그런지 인천 아이예요. (웃음) 아이한테는 이 동네의 문화가 당연한 거죠. 제가 어렸을 때처럼 골목길 문화가 있진 않지만, 학교 앞 놀이터에서 노는 놀이터 문화는 있더라고요. 학교 끝나면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 와요.
이번에 운영하시는 재생 건축 답사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자유공원 근처 개항장 일대를 다니며 근대 건축물을 알아보며, 오래된 도시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 동네 일대는 140년 이상 다양한 모습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공간으로 이어졌던 곳이에요. 오랜 세월이 흐르며 여러 사람의 사용을 거쳤고, 변하고 덧대어진 모습이 많죠. 이번 답사를 통해 동네를 향한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동네 건축물의 과거와 현재를 알아보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려 합니다.
‘건축가와 Talk 나잇’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인가요?
제가 생각한 내용은 개항장 속 오래된 공간에 담긴 이야기예요. 이와 함께 ‘재생 건축’의 과정 일부도 나누려 합니다. 건축가의 시선과 경험을 통해 말씀드리고, 함께 대화하고 싶어요.
참여자분들이 원도심 주택 살이를 궁금해하시면 실제 사례 이야기를 해 드려도 좋고요. 예상치 못한 공사와 집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 활용하는 방식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거든요. ‘빙고’를 리모델링했던 과정을 더해 말씀드리면 좋겠네요.
인더로컬에서 프로그램 운영을 제안받고, 참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로컬에서 운영하는 협동조합이고, 로컬의 일상을 공감하고 생활하는 곳으로 푸는 기획이 좋았어요. 너무 무겁거나 교육적이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해요. 로컬 생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오실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로컬 생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다른 마을에 갔을 때도 어떤 부분을 잘 봐야 하는지’, ‘원도심의 고민이나 매력은 무엇인지’ 같은 이야기요.
동인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8부두’를 자주 가요. 저녁에 가면 석양이 정말 예쁘고, 배가 들어오는 것도 구경해요. 커피도 마시고 자전거도 타면서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죠. 저녁 자유공원 산책도 좋아요. 자유공원이 생태학적으로도 재밌고, 시간 보낼 곳이 많아요. 배드민턴장도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아이와 자주 가서 쳤어요.
동인천으로 여행을 오거나, 삶의 터전을 옮길 미래의 이웃을 위해 슬기로운 동네 생활 꿀팁 한가지 부탁드려요.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듯 동네를 즐기시길 바라요. 여기저기 다 가보는 거죠. 해외에서 여행 다닐 때 동네를 탐험하잖아요. 그렇게 다녀보시면 좋겠어요. 사람들과 교류해 보고, 동네의 노포와 카페도 열심히 다니세요. 딱 이곳에만 있는 것들을 많이 즐기시면 좋겠어요.
앞으로 동인천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지금 해온 활동들을 계속 해 나가고 싶어요. 매년 여러 경험을 하며 궤도를 수정해 가고, 삶의 방향을 좁혀간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항로를 만들거나 바꾸면서 살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