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칵테일을 위해 남미까지 다녀 온 ‘바 032’ 오너 바텐더 이호진 님
고깃집이 유독 많이 보이는 신포동 골목의 2층, 작은 간판 하나만으로 2년째 꾸준한 단골을 만들고 있는 ‘바 032’의 오너 바텐더, 이호진 님을 만났습니다. 바 032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인천 지역 번호에서 따온 가게명인데요. 평생 인천 토박이로 살아온 이호진 님은 로컬을 사랑하는 12년 차 바텐더입니다. 바텐더 일을 처음 시작했던 12년 전, ‘10년 후에는 꼭 인천에 내 가게를 차리겠다는 꿈’을 품었고, 그로부터 10년이 되던 해에 신포동에서 그 꿈을 이뤘다고 합니다.
칵테일에 진심인 이호진 님은 국내 유명 바를 다 돌았을 뿐 아니라, 칵테일 근원지에서 오리지널 칵테일 맛을 보고자 남미와 유럽 등을 여행했습니다. 칵테일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바탕으로, 칵테일 레시피를 연구하여 분기마다 ‘스페셜 칵테일’을 내놓습니다. 또한 로컬 청주를 활용한 시그니처 칵테일 코스도 개발하셨는데요. 바 032가 오래오래 유지되어, 3대가 함께 찾는 바가 되길 소망한다는 이호진 님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칵테일 한 잔에 부지런한 애정을 담아냅니다.
안녕하세요 🙂 언제부터 바텐더 일을 하셨나요? 바텐더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바텐더는 12년째 하고 있어요. 25살에 시작하면서 딱 10년 뒤 내 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0년이 되던 해, ‘바 032’를 열었고 이제 개업한 지 2년이 됐네요. 어렸을 때부터 바텐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정통 클래식 바가 많진 않았고, 웨스턴 펍이 좀 있었거든요. 웨스턴 펍을 갔는데 처음 보는 술이 정말 많았어요. 호기심에 하나둘 알아보니, 자연스레 바텐더 일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된 거죠.
바텐더의 꿈을 갖고, 오너 바텐더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으셨는지 궁금해요.
잠시지만 옷을 좋아해서 패션 관련일도 했었어요. 그런데 계속 바텐더에 대한 꿈이 떠올라서 본격적으로 정보를 찾게 됐죠. 처음엔 너무 막연하더라고요. 바텐더를 검색해 보며 우연히 칵테일 제조를 알려주는 학원을 알게 됐고, 무작정 찾아갔죠. 학원에서 칵테일을 배우며, ‘조주기능사’라는 자격증도 따고 일을 시작했어요. 돌이켜보니 학원보다 현장에서 배운 게 훨씬 많아요. 일을 하면서 칵테일이 얼음을 잘 다루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배웠고요.
얼음을 잘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요? 어떤 의미일까요?
칵테일은 얼음의 밀도와 크기 등을 잘 선택하고 사용해야 해요. 얼음을 어떻게 희석하고 질감을 만드느냐에 따라 칵테일의 맛과 풍미, 경험이 달라지거든요. 요리가 칼과 불로 하는 스킬이라고 한다면, 칵테일은 얼음이 중요해요. 그래서 저희는 전문 얼음 업체에서 크기와 질감이 다른 얼음을 주문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주만한 얼음이 도착하면, 그걸 또 저희 컵과 메뉴에 맞게 조금 더 손질해서 냉동고에 보관해요. 또 보관도 중요해서, 값비싼 얼음 전용 냉동고도 따로 주문 제작했죠. 예전에는 대빙이라고 큰 얼음을 사서 *아이스픽으로 하나하나 재단하고 쪼갰는데, 그래도 많이 편리해졌어요.
*아이스픽: 얼음을 깎는 도구
칵테일은 얼음과 술을 재료로 하는 요리 같아요. 들어가는 재료도 많고, 섬세한 작업이 많으실 거 같은데요.
맞아요. 얼음뿐 아니라, 칵테일에 들어가는 시럽과 주스류도 모두 준비해놔야 해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맛과 향미에 민감해야 하는 일이에요. 분기별로 칵테일 메뉴를 바꾸는데, 책도 여러 권 찾아보고 많은 연구가 필요한 작업이에요.
연구할 것이 정말 많네요. 술의 종류도 다양하고 칵테일 레시피도 많을 텐데 이걸 다 어떻게 익히셨어요?
처음엔 정말 까마득했죠. 위스키 종류만 해도 셀 수 없거든요. 아직도 못 먹어본 술이 수없이 많아요. 초창기에 이것저것 하다 보니, 칵테일 종류마다 유래된 나라가 달랐어요. 본토의 레시피를 경험해 보고자 여행도 많이 갔죠. ‘모히또’나 ‘다이키리’는 쿠바에서 유래 됐다고 해서 쿠바에 갔고, *‘아메리칸 바’가 있는 런던 사보이 호텔도 다녀왔어요.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칵테일 투어’를 다녔어요. 우리나라의 유명한 바는 다 돌았죠. 눈으로 보고 맛으로 기억해서, 혼자 연습하며 터득했어요.
*아메리칸바: ‘2017 세계 최고의 바’로 꼽힌 역사적인 바(bar)입니다. 런던의 유서깊은 호텔 ‘호텔 사보이’내 위치했습니다. 사보이 호텔은 전기 조명을 사용하고, 엘레베이터를 설치한 세계 최초의 현대식 호텔이었습니다. 브랜드 ‘GUCCI’의 창립자가 벨보이로 일했던 곳이자, 영화 <노팅힐>의 기자회견 장면이 된 호텔로도 익숙한 곳입니다.
동인천에 바를 여신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인천 토박이인데, 신포동과 숭의동 일대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해요. 오래된 것과 요즘 것이 어우러지는 묘한 바이브가 마음에 들었죠. 그래서 예전부터 바를 차린다면 꼭 이 근방에서 하고 싶었어요. 바 이름까지 인천 지역번호 ‘032’로 정해둘만큼요.(웃음) 지인들은 이 동네는 밤이 되면 조용해지는데, 여기에 바를 차리는 게 맞냐고 물었지만, 저는 이 동네의 분위기가 저와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한 지 10년 만에 원하는 곳에 가게를 여셨네요. 축하드려요. 신포동에서 2년 동안 가게를 운영 해보니 어떤 것 같으세요?
2년째 해보니, 경영상으로는 풀어갈 숙제가 있지만 만족해요. 해보고 싶은 칵테일을 마음껏 만들고, 손님들과 함께 성장해 가고 있어요. 바의 직원으로 일했을 때는 만들고 싶은 게 있어도, 제 업장이 아니다 보니 다 만들 수 없었어요. 지금은 제가 필요한 식물들을 직접 키우고, 바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리고 바 문화와 칵테일에 대해 잘 모르셨던 분들이 칵테일을 알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짜릿하죠. 자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손님들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인상적인 일화가 있으세요?
손님 중에 외국에 나가시면 구하기 힘든 위스키를 구해서 나눠 주시는 분이 있어요. 맛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귀한 술을 나눠 주시는데 너무 감사하죠. 또 저희 매장은 안주 메뉴가 따로 없기 때문에 바깥 음식을 일부 허용하는데요. 저 또한 개업 2주년 때, 로컬 피자집 ‘백스트리트 415’에서 페퍼로니 피자를 주문해서 손님과 나눠 먹었어요. 칵테일 한 잔 손에 들고 페퍼로니 피자를 나누니까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 외에도 정말 많죠. 대구에서 주기적으로 오시는 손님이 있는데, 오실 때마다 저희 바 때문에 이 근처에 숙소를 잡으세요.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일과 삶, 모든 것이 동인천에 있는데요. 일터와 삶터로서 동인천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동인천은 정말 오래되고 맛있는 노포 음식점도 많고, 자유공원이 있어서 좋아요. 저녁에 선선한 바람을 쐬며 자유공원을 거닐면서 인천항도 모두 볼 수 있죠.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기 참 좋은 동네예요. 조금 아쉬운 점은 너무 좋은 동네인데,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이 속에 들어오면 맛있는 식당도 많고 멋진 공간이 많은데, 요즘 사람들이 잘 몰라요. 옛것과 더불어 멋진 곳이 많으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어 활기찬 동네가 되면 좋겠어요.
동인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몇 군데만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식당 중에 일식 요리를 하는 ‘야생 식당’, 근대 건축물을 개조하여 피자와 타코를 판매하는 ‘백스트리트415’와 ‘자유공원’을 좋아해요. 야생 식당은 가격 대비 정말 훌륭한 모듬 사시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일식집이다 보니, 일본 술인 ‘사케’가 많은데요. 사장님이 주기적으로 일본에 가서 직접 마셔 본 후, 메뉴와 잘 어울릴만한 사케를 들여오세요. 진정성이 느껴지는 곳이에요. 철마다 메뉴를 바꾸시는데, 모두 맛있어요. ‘백스트리트415’는 피자와 타코를 판매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잘 맞게 만들어진 피자와 타코예요. 사장님이 신포동 20년 토박이이신데, 정말 맛있게 잘하세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개업 2주년 기념으로 피자를 주문한 곳이기도 해요. 그리고 자유공원은 도심에서 숲과 바다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예요. 종종 산책하러 가는데, 갈 때마다 너무 좋아요.
‘오디너리 동인천’의 로컬 프로그램, ‘라이프앳로컬' 호스트가 되셨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동인천에도 바 032 같은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저희 가게가 간판도 잘 없어서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라이프앳로컬’을 매개로 많은 분을 만나고 싶어요. 이곳 분들 외에도 다양한 분을 만나 교감하고, 좋은 시너지를 내면 좋겠네요.
‘라이프앳로컬’에서 운영할 <칵테일 오마카세>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인천 지역 특산주인 ‘삼양춘’으로 전식, 본식, 후식 개념의 3코스 칵테일을 제공할 예정이에요. 삼양춘은 강화 쌀로 빚어낸 청주인데, 인천 유일 청주 브랜드예요. 전식은 레몬그라스 허브의 향미를 추출한 상큼한 피즈 형태의 가벼운 식전주, 본식 칵테일은 새콤한 싸워(sour) 칵테일에 검은깨, 참기름, 누룽지 시럽, 계란 흰자 등으로 부드러운 터치를 더했어요. 마지막은 치즈, 오렌지 술, 크림 등이 더해진 디저트 잔이에요. 작은 잔에 폭탄 같은 감칠맛을 더한 후식 개념의 막잔이죠. 인천 로컬의 의미를 더한 코스라 제게도 의미가 깊어요. 3코스 칵테일을 통해 여행자분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앞으로 동인천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지금처럼 가게를 오래 하면서 손님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신포동에서 오래오래 바를 하는 게 목표예요. 손님들이 자녀와 함께 찾는 바가 되고 싶어요. 나태함 없이 지금처럼 꾸준히 메뉴를 연구하고, 열심히 키워 나가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동인천 여행자를 위해 슬기로운 동네 생활 꿀팁 한가지 부탁드려요.
이 동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곳들을 많이 탐험하셨으면 좋겠어요. 로컬 식당이나 오랜 전통이 있는 공간을 다니시길 바라요. 신포시장이나 삼치 골목도 좋고, 자유공원 산책도 꼭 해보시고요. 동인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바이브를 진하게 느껴 보세요!
[인터뷰] 칵테일을 위해 남미까지 다녀 온 ‘바 032’ 오너 바텐더 이호진 님
고깃집이 유독 많이 보이는 신포동 골목의 2층, 작은 간판 하나만으로 2년째 꾸준한 단골을 만들고 있는 ‘바 032’의 오너 바텐더, 이호진 님을 만났습니다. 바 032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인천 지역 번호에서 따온 가게명인데요. 평생 인천 토박이로 살아온 이호진 님은 로컬을 사랑하는 12년 차 바텐더입니다. 바텐더 일을 처음 시작했던 12년 전, ‘10년 후에는 꼭 인천에 내 가게를 차리겠다는 꿈’을 품었고, 그로부터 10년이 되던 해에 신포동에서 그 꿈을 이뤘다고 합니다.
칵테일에 진심인 이호진 님은 국내 유명 바를 다 돌았을 뿐 아니라, 칵테일 근원지에서 오리지널 칵테일 맛을 보고자 남미와 유럽 등을 여행했습니다. 칵테일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바탕으로, 칵테일 레시피를 연구하여 분기마다 ‘스페셜 칵테일’을 내놓습니다. 또한 로컬 청주를 활용한 시그니처 칵테일 코스도 개발하셨는데요. 바 032가 오래오래 유지되어, 3대가 함께 찾는 바가 되길 소망한다는 이호진 님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칵테일 한 잔에 부지런한 애정을 담아냅니다.
안녕하세요 🙂 언제부터 바텐더 일을 하셨나요? 바텐더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바텐더는 12년째 하고 있어요. 25살에 시작하면서 딱 10년 뒤 내 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0년이 되던 해, ‘바 032’를 열었고 이제 개업한 지 2년이 됐네요. 어렸을 때부터 바텐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정통 클래식 바가 많진 않았고, 웨스턴 펍이 좀 있었거든요. 웨스턴 펍을 갔는데 처음 보는 술이 정말 많았어요. 호기심에 하나둘 알아보니, 자연스레 바텐더 일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된 거죠.
바텐더의 꿈을 갖고, 오너 바텐더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으셨는지 궁금해요.
잠시지만 옷을 좋아해서 패션 관련일도 했었어요. 그런데 계속 바텐더에 대한 꿈이 떠올라서 본격적으로 정보를 찾게 됐죠. 처음엔 너무 막연하더라고요. 바텐더를 검색해 보며 우연히 칵테일 제조를 알려주는 학원을 알게 됐고, 무작정 찾아갔죠. 학원에서 칵테일을 배우며, ‘조주기능사’라는 자격증도 따고 일을 시작했어요. 돌이켜보니 학원보다 현장에서 배운 게 훨씬 많아요. 일을 하면서 칵테일이 얼음을 잘 다루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배웠고요.
얼음을 잘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요? 어떤 의미일까요?
칵테일은 얼음의 밀도와 크기 등을 잘 선택하고 사용해야 해요. 얼음을 어떻게 희석하고 질감을 만드느냐에 따라 칵테일의 맛과 풍미, 경험이 달라지거든요. 요리가 칼과 불로 하는 스킬이라고 한다면, 칵테일은 얼음이 중요해요. 그래서 저희는 전문 얼음 업체에서 크기와 질감이 다른 얼음을 주문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주만한 얼음이 도착하면, 그걸 또 저희 컵과 메뉴에 맞게 조금 더 손질해서 냉동고에 보관해요. 또 보관도 중요해서, 값비싼 얼음 전용 냉동고도 따로 주문 제작했죠. 예전에는 대빙이라고 큰 얼음을 사서 *아이스픽으로 하나하나 재단하고 쪼갰는데, 그래도 많이 편리해졌어요.
칵테일은 얼음과 술을 재료로 하는 요리 같아요. 들어가는 재료도 많고, 섬세한 작업이 많으실 거 같은데요.
맞아요. 얼음뿐 아니라, 칵테일에 들어가는 시럽과 주스류도 모두 준비해놔야 해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맛과 향미에 민감해야 하는 일이에요. 분기별로 칵테일 메뉴를 바꾸는데, 책도 여러 권 찾아보고 많은 연구가 필요한 작업이에요.
연구할 것이 정말 많네요. 술의 종류도 다양하고 칵테일 레시피도 많을 텐데 이걸 다 어떻게 익히셨어요?
처음엔 정말 까마득했죠. 위스키 종류만 해도 셀 수 없거든요. 아직도 못 먹어본 술이 수없이 많아요. 초창기에 이것저것 하다 보니, 칵테일 종류마다 유래된 나라가 달랐어요. 본토의 레시피를 경험해 보고자 여행도 많이 갔죠. ‘모히또’나 ‘다이키리’는 쿠바에서 유래 됐다고 해서 쿠바에 갔고, *‘아메리칸 바’가 있는 런던 사보이 호텔도 다녀왔어요.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칵테일 투어’를 다녔어요. 우리나라의 유명한 바는 다 돌았죠. 눈으로 보고 맛으로 기억해서, 혼자 연습하며 터득했어요.
동인천에 바를 여신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인천 토박이인데, 신포동과 숭의동 일대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해요. 오래된 것과 요즘 것이 어우러지는 묘한 바이브가 마음에 들었죠. 그래서 예전부터 바를 차린다면 꼭 이 근방에서 하고 싶었어요. 바 이름까지 인천 지역번호 ‘032’로 정해둘만큼요.(웃음) 지인들은 이 동네는 밤이 되면 조용해지는데, 여기에 바를 차리는 게 맞냐고 물었지만, 저는 이 동네의 분위기가 저와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한 지 10년 만에 원하는 곳에 가게를 여셨네요. 축하드려요. 신포동에서 2년 동안 가게를 운영 해보니 어떤 것 같으세요?
2년째 해보니, 경영상으로는 풀어갈 숙제가 있지만 만족해요. 해보고 싶은 칵테일을 마음껏 만들고, 손님들과 함께 성장해 가고 있어요. 바의 직원으로 일했을 때는 만들고 싶은 게 있어도, 제 업장이 아니다 보니 다 만들 수 없었어요. 지금은 제가 필요한 식물들을 직접 키우고, 바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리고 바 문화와 칵테일에 대해 잘 모르셨던 분들이 칵테일을 알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짜릿하죠. 자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손님들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인상적인 일화가 있으세요?
손님 중에 외국에 나가시면 구하기 힘든 위스키를 구해서 나눠 주시는 분이 있어요. 맛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귀한 술을 나눠 주시는데 너무 감사하죠. 또 저희 매장은 안주 메뉴가 따로 없기 때문에 바깥 음식을 일부 허용하는데요. 저 또한 개업 2주년 때, 로컬 피자집 ‘백스트리트 415’에서 페퍼로니 피자를 주문해서 손님과 나눠 먹었어요. 칵테일 한 잔 손에 들고 페퍼로니 피자를 나누니까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 외에도 정말 많죠. 대구에서 주기적으로 오시는 손님이 있는데, 오실 때마다 저희 바 때문에 이 근처에 숙소를 잡으세요.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일과 삶, 모든 것이 동인천에 있는데요. 일터와 삶터로서 동인천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동인천은 정말 오래되고 맛있는 노포 음식점도 많고, 자유공원이 있어서 좋아요. 저녁에 선선한 바람을 쐬며 자유공원을 거닐면서 인천항도 모두 볼 수 있죠.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기 참 좋은 동네예요. 조금 아쉬운 점은 너무 좋은 동네인데,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이 속에 들어오면 맛있는 식당도 많고 멋진 공간이 많은데, 요즘 사람들이 잘 몰라요. 옛것과 더불어 멋진 곳이 많으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어 활기찬 동네가 되면 좋겠어요.
동인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몇 군데만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식당 중에 일식 요리를 하는 ‘야생 식당’, 근대 건축물을 개조하여 피자와 타코를 판매하는 ‘백스트리트415’와 ‘자유공원’을 좋아해요. 야생 식당은 가격 대비 정말 훌륭한 모듬 사시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일식집이다 보니, 일본 술인 ‘사케’가 많은데요. 사장님이 주기적으로 일본에 가서 직접 마셔 본 후, 메뉴와 잘 어울릴만한 사케를 들여오세요. 진정성이 느껴지는 곳이에요. 철마다 메뉴를 바꾸시는데, 모두 맛있어요. ‘백스트리트415’는 피자와 타코를 판매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잘 맞게 만들어진 피자와 타코예요. 사장님이 신포동 20년 토박이이신데, 정말 맛있게 잘하세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개업 2주년 기념으로 피자를 주문한 곳이기도 해요. 그리고 자유공원은 도심에서 숲과 바다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예요. 종종 산책하러 가는데, 갈 때마다 너무 좋아요.
‘오디너리 동인천’의 로컬 프로그램, ‘라이프앳로컬' 호스트가 되셨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동인천에도 바 032 같은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저희 가게가 간판도 잘 없어서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라이프앳로컬’을 매개로 많은 분을 만나고 싶어요. 이곳 분들 외에도 다양한 분을 만나 교감하고, 좋은 시너지를 내면 좋겠네요.
‘라이프앳로컬’에서 운영할 <칵테일 오마카세>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인천 지역 특산주인 ‘삼양춘’으로 전식, 본식, 후식 개념의 3코스 칵테일을 제공할 예정이에요. 삼양춘은 강화 쌀로 빚어낸 청주인데, 인천 유일 청주 브랜드예요. 전식은 레몬그라스 허브의 향미를 추출한 상큼한 피즈 형태의 가벼운 식전주, 본식 칵테일은 새콤한 싸워(sour) 칵테일에 검은깨, 참기름, 누룽지 시럽, 계란 흰자 등으로 부드러운 터치를 더했어요. 마지막은 치즈, 오렌지 술, 크림 등이 더해진 디저트 잔이에요. 작은 잔에 폭탄 같은 감칠맛을 더한 후식 개념의 막잔이죠. 인천 로컬의 의미를 더한 코스라 제게도 의미가 깊어요. 3코스 칵테일을 통해 여행자분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앞으로 동인천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지금처럼 가게를 오래 하면서 손님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신포동에서 오래오래 바를 하는 게 목표예요. 손님들이 자녀와 함께 찾는 바가 되고 싶어요. 나태함 없이 지금처럼 꾸준히 메뉴를 연구하고, 열심히 키워 나가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동인천 여행자를 위해 슬기로운 동네 생활 꿀팁 한가지 부탁드려요.
이 동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곳들을 많이 탐험하셨으면 좋겠어요. 로컬 식당이나 오랜 전통이 있는 공간을 다니시길 바라요. 신포시장이나 삼치 골목도 좋고, 자유공원 산책도 꼭 해보시고요. 동인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바이브를 진하게 느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