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든 시작이 있는 동인천에서 주택 살이 중인 ‘금손건축’ 공동 대표 김도형 님
동인천에서 50년 넘은 주택을 고쳐 살아가는 ‘금손건축' 공동 대표 김도형 님을 만났습니다. 건축사무소 ‘금손건축’은 김도형 님과 아내 손주희 소장님의 성씨를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결혼과 동시에 집을 완성하고, 건축 사무소를 개소하며 숨 가쁜 3년을 보냈는데요.
첫 사업과 결혼, 금손건축 모두 동인천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스미듯 쌓인 동인천과의 유대를 바탕으로 편안한 로컬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집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재료와 환경을 존중하며 집을 고친다는 김도형 님은, 본인의 주택 또한 자신의 건축 철학에 맞게 수리했습니다. 동인천 배다리의 분위기와 공간 본연의 것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김도형 님의 슬기로운 주택 살이를 들어 봅니다.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금손 건축’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아내 손주희 소장과 함께 2021년 5월부터 동인천에서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집도 저와 손주희 소장이 함께 고르고 직접 고쳤어요. 집이 완성되고 3개월 후에 건축 사무소를 개소했죠. 금손건축이라는 이름은 제 성인 ‘김'과 아내 손주희 소장의 성인 ‘손'을 합친 이름이에요.
건축 일을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어떤 명확한 동기로 건축과를 간 건 아니에요. 같은 과 친한 친구는 공학적 지식과 인문학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친구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건축과에 가진 않았어요. 그래도 졸업 후에도 묵묵히 건축을 계속 했어요. 밥 먹고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없이 매일 하다 보니, 지금도 건축을 하고 있네요.
금손건축 개소 전의 활동이 궁금해요. 개소 전에는 회사 생활을 하셨나요?
아니요. 저는 대학 졸업 후 동인천에서 ‘무단횡단' 이라는 회사를 창업했어요. 친구와 둘이 함께 했는데, 가리지 않고 들어오는 일은 다 했어요. 동네 미용실 수리부터 가정집 수리, 맞춤 가구 제작 등 정말 여러 일을 했죠. 가구 제작도 스케일은 작지만, 건축과 일련의 과정은 똑같아요.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하고, 기능과 디자인을 고민하죠. 그리고 실제로 만들어서 납품하는 거예요. 집을 설계하는 것과 같은 과정이에요.
가구도 만드셨군요! ‘무단횡단'시절 작업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금창 주민 센터 근처에 있는 책방 사장님 집을 고쳤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 집이 지금 저희 집처럼 외피는 벽돌집이고 안쪽에 나무 지붕이 있는 집이었어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집의 재료를 살리고, 기존 것들을 최대한 존중하며 수리했어요. 대신 예전에 살던 사람들의 삶의 질서를 바꿔주는 방식을 택했죠.
집 수리를 통해 삶의 질서를 바꾼다는 말씀이 멋지네요. 조금 더 풀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클라이언트에게 의뢰를 받는다면 먼저 대화를 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기능이 있을 수 있고, 제가 해석하기에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제가 클라이언트를 관계지향적인 사람으로 본다면 벽을 바라보는 부엌 보다 아일랜드 식탁을 둘 거예요. 요리를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거나, 바깥을 볼 수 있게 배치 하는 거죠. 물론 제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아니고, 이런 방식도 있다고 제안해요. 쉽게 생각 하면 맞춤 정장을 맞추듯 클라이언트와 함께 집을 맞춰 나가는 거예요.
동인천에서 첫 회사 ‘무단횡단'을 시작하셨는데, 동인천과의 연이 언제부터였는지 궁금해요.
제가 어릴 때 동인천 크라운 볼링장 근처 교회를 다녔어요. 주말마다 동인천에 왔죠. 매주 동인천에 와서 시간을 보냈는데, 대학 가서 부터 발길이 뜸해졌었어요. 그러다 대학교 3학년때 지도 교수님이 ‘관동갤러리' 작업을 시작하시면서 제가 참여하게 됐어요. 방학 기간이었는데 관동갤러리에 출 퇴근 하듯 왔죠. 관동갤러리 일을 하기 전에는 동인천에 대한 관념적인 이해는 없었어요. 양키 시장이 있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쇠퇴한 동네라는 생각 정도였어요. 그런데 관동갤러리 일을 하면서 원도심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분을 만났고, 동네를 보는 여러 시선을 알게 됐죠. 어린 시절보다는 자의식도 생겼고, 동인천이 문화적으로 풍부한 곳이라는 걸 자각했던 때였어요.
동인천에서 사무실을 열었던 솔직한 이유는 저렴한 임대료때문이었어요. 졸업할 때쯤 목수일에 관심이 생겨서 일을 배우며 할 때였는데, 창업을 하고 싶어서 자리를 알아보다 용동에 있는 사무실 겸 집을 얻었죠. 집값이 정말 쌌어요. 서울 전역의 부동산을 다 뒤져도 그 정도 집 값은 없더라고요. 1층은 작업실로 사용하고, 2층에서 친구와 둘이 살았어요.
목수 일을 하셨던 것도 흥미로워요. 목수일을 시작하게된 계기가 있으세요?
관동갤러리 작업을 할 때 만났던 목수 한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작업하시는 걸 보는데, 멋져 보이더라고요. 건축가들은 도면을 그릴 때 벽을 세우고 싶으면 선을 두 줄로 그려요. 그치만 실제로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진 못 하잖아요. 저희는 시공을 모르니까, 벽이 생성되는 원리를 잘 모르는거죠. 그런데 목수는 생성 원리를 계속 추구해야 하는 일인거에요. 목수 일을 배우면서 나무를 통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을 배웠죠. 그리고 다음엔 시공 회사에 들어가서 시공 일을 했어요. 목수 일도 그렇고 시공 일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당시에 배울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일을 했었어요.
주택 살이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지금 집을 어떻게 선택하셨나요?
‘무단횡단'이 마무리가 될 즈음 했던 작업들이 저희 집 정도 스케일이었어요. 몇 번의 경험을 거치니까 용기가 생겼죠. 손주희 소장과 결혼을 준비하며, 주택을 고쳐 살기로 하고 집을 보러 다녔어요. 다섯 곳 정도 집을 봤는데, 이 집이 고치기 좋은 ‘ㄱ자(기역자)’ 구조에 정원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스케치북이 깨끗해야 어떤 그림이든 그리기 쉽잖아요. 여러 집을 고치다 보니, 단순한 형태의 집일수록 우리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명쾌하게 구현하기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런 기준을 갖고 본 집들 중에 우리 집이 가장 마음에 들었죠.
집을 수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화가 궁금해요.
자잘한 어려움은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어요.(웃음) 그 중 생각나는 일화는 정원을 만들 때예요. 원래 집 공사를 시작할 때는 정원 바닥이 콘크리트였어요. 미장이 되어 있었는데 그걸 부쉈더니 공사 폐기물이 잔뜩 쌓여 있더라고요. 전에 공사하셨던 분들이 땅에 묻고 미장 작업을 한 거였어요. 우리는 나무를 심어야 하니까 그 폐기물을 다 치워야 하잖아요. 근데 진입로가 좁아서 포크레인이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손으로 다 퍼서 폐기물을 치웠어요. 배관도 구배가 잘 못 되어 있어서 제대로 다시 손 봐야 했어요. 근데 이런 정도의 문제는 공사때마다 흔히 발생해요. (웃음)
집 수리를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들도 궁금해요.
이 집은 정남향 집이고 작은 정원이 있어요. 집 내부에서 정원과 하늘이 보이는데, 마당과 하늘의 관계를 고민하며 만들었어요. 내부는 벽과 기둥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했죠. 건축할 때 중요한 사안 중 하나가 ‘프리스탠드' 거든요. 안전하게 서 있는 기능을 보장하며, 기둥과 벽을 교차로 사용하는 거예요. 어떤 부분을 열고 닫을지 조합하는 거죠. 저는 집의 형태와 빛이 들어오는 것을 고려했어요. 여름에는 집 내부로 해가 깊게 들어오고 반대로 겨울에는 해가 짧게 들어오도록 설계한거죠. 빛이 양명한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마와 기둥, 벽을 둘 때 건축의 기본 원리들을 조합하여 집 본연의 매력과 설계 의도에 맞게 구성하고 싶었죠. 저와 손주희 소장 모두 정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정원과 빛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2층이자 다락 공간은 원래 증축도 생각했고, 취미 공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살다 보니 손을 못 대고 있어요. (웃음) 시간을 내서 생각하고 추가 공사를 해야 하는데, 공사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미뤄지고 있는거죠. 지금은 이 생활이 안정화됐고 만족스러워서 당분간 이 형태를 유지하려 해요.
단독주택에 살아보니 어떠세요? 주택살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마당이죠. 마당 생활이 정말 좋아요. 집에 마당이 있다는 그 존재의 인식 자체만으로 안정감을 줘요. 마당은 집 안 처럼 완벽하게 통제하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그런 공간을 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오는 묘한 긴장감이 있어요. 모르는 고양이들이 찾아 오고 해마다 발견하는 동물이 다양해지죠. 저번에는 페릿을 봤어요. (웃음) 층간 소음이 없다는 점도 좋죠. 공동 주택에 살았을 때도 층간 소음 문제를 심하게 겪진 않았는데 주택은 소음 문제에서 확실히 자유로워요. 주택 만능주의는 아니지만 저희 성향에 잘 맞는거죠. 확실히 덜 답답해요.
일과 생활을 하는 동네로써 동인천은 어떤가요?
동인천은 문화적으로 풍성한 동네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데 각 문화의 개성이 살아 있죠.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힙하거나 조금 철 지나간 것들이 어우러져 있어요. 혼종의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 느낌이 좋아요. 동인천 구도심은 상가 밀집 지역도 아니고, 건물 고도도 낮아서 눈이 편안해요. 그리고 재밌는 분들이 많아요. 자기 주관과 삶의 방식을 가지신 분들이죠.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시온으로 빠져 나온 혁명군이 세상에 축출되어 곳곳에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동인천에서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싸리재'를 좋아해요. 사장님과 똑 닮은 강아지도 너무 귀엽고,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세요. 팥빙수도 맛있고요. 2층에 있는 스피커, 음반, 카메라, 책 등 놓여 있는 오브제를 보면 사장님이 그대로 드러나 있죠. 그 공간에서 풍기는 빈티지한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아요.
‘오디너리 동인천' 에서 ‘주택살이 프로그램’의 호스트가 되셨는데, 이번 프로그램 내용이 궁금해요.
프로그램 명은 ‘금손 건축의 오래된 집 고치기'예요. 저는 인천 구도심 일대 오래된 집 3채를 수리한 이력이 있어요. 그리고 50년 넘은 주택을 수리해서 살고 있기도 하죠. 집 수리 일대기와 함께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싶어요. 장차 주택 살이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좋은 집을 고르는 팁과 공사 중 고려해야할 점을 말씀 드리려 해요. 그밖에 건축 일을 하며 느꼈던 점들을 두루 소개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동인천으로 여행을 오거나, 삶의 터전을 옮길 미래의 이웃 위해 슬기로운 동네 생활 꿀팁 한가지 부탁드려요.
산책을 많이 하시면 좋겠어요. 제가 배다리부터 차이나타운까지 자주 걸어요. 지하철 두 세 정거장 되는 거리니까,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닌데 자연스레 걷게 돼요. 걷는 데 굉장히 친화적인 동네라고 생각해요. 거리를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걸을 때 마주 하는 자극이 계속 바뀐다는 의미거든요. 많이 걸어 다니면서 로컬이 주는 자극을 경험하시길 바라요.
[인터뷰] 모든 시작이 있는 동인천에서 주택 살이 중인 ‘금손건축’ 공동 대표 김도형 님
동인천에서 50년 넘은 주택을 고쳐 살아가는 ‘금손건축' 공동 대표 김도형 님을 만났습니다. 건축사무소 ‘금손건축’은 김도형 님과 아내 손주희 소장님의 성씨를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결혼과 동시에 집을 완성하고, 건축 사무소를 개소하며 숨 가쁜 3년을 보냈는데요.
첫 사업과 결혼, 금손건축 모두 동인천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스미듯 쌓인 동인천과의 유대를 바탕으로 편안한 로컬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집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재료와 환경을 존중하며 집을 고친다는 김도형 님은, 본인의 주택 또한 자신의 건축 철학에 맞게 수리했습니다. 동인천 배다리의 분위기와 공간 본연의 것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김도형 님의 슬기로운 주택 살이를 들어 봅니다.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금손 건축’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아내 손주희 소장과 함께 2021년 5월부터 동인천에서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집도 저와 손주희 소장이 함께 고르고 직접 고쳤어요. 집이 완성되고 3개월 후에 건축 사무소를 개소했죠. 금손건축이라는 이름은 제 성인 ‘김'과 아내 손주희 소장의 성인 ‘손'을 합친 이름이에요.
건축 일을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어떤 명확한 동기로 건축과를 간 건 아니에요. 같은 과 친한 친구는 공학적 지식과 인문학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친구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건축과에 가진 않았어요. 그래도 졸업 후에도 묵묵히 건축을 계속 했어요. 밥 먹고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없이 매일 하다 보니, 지금도 건축을 하고 있네요.
금손건축 개소 전의 활동이 궁금해요. 개소 전에는 회사 생활을 하셨나요?
아니요. 저는 대학 졸업 후 동인천에서 ‘무단횡단' 이라는 회사를 창업했어요. 친구와 둘이 함께 했는데, 가리지 않고 들어오는 일은 다 했어요. 동네 미용실 수리부터 가정집 수리, 맞춤 가구 제작 등 정말 여러 일을 했죠. 가구 제작도 스케일은 작지만, 건축과 일련의 과정은 똑같아요.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하고, 기능과 디자인을 고민하죠. 그리고 실제로 만들어서 납품하는 거예요. 집을 설계하는 것과 같은 과정이에요.
가구도 만드셨군요! ‘무단횡단'시절 작업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금창 주민 센터 근처에 있는 책방 사장님 집을 고쳤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 집이 지금 저희 집처럼 외피는 벽돌집이고 안쪽에 나무 지붕이 있는 집이었어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집의 재료를 살리고, 기존 것들을 최대한 존중하며 수리했어요. 대신 예전에 살던 사람들의 삶의 질서를 바꿔주는 방식을 택했죠.
집 수리를 통해 삶의 질서를 바꾼다는 말씀이 멋지네요. 조금 더 풀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클라이언트에게 의뢰를 받는다면 먼저 대화를 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기능이 있을 수 있고, 제가 해석하기에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제가 클라이언트를 관계지향적인 사람으로 본다면 벽을 바라보는 부엌 보다 아일랜드 식탁을 둘 거예요. 요리를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거나, 바깥을 볼 수 있게 배치 하는 거죠. 물론 제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아니고, 이런 방식도 있다고 제안해요. 쉽게 생각 하면 맞춤 정장을 맞추듯 클라이언트와 함께 집을 맞춰 나가는 거예요.
동인천에서 첫 회사 ‘무단횡단'을 시작하셨는데, 동인천과의 연이 언제부터였는지 궁금해요.
제가 어릴 때 동인천 크라운 볼링장 근처 교회를 다녔어요. 주말마다 동인천에 왔죠. 매주 동인천에 와서 시간을 보냈는데, 대학 가서 부터 발길이 뜸해졌었어요. 그러다 대학교 3학년때 지도 교수님이 ‘관동갤러리' 작업을 시작하시면서 제가 참여하게 됐어요. 방학 기간이었는데 관동갤러리에 출 퇴근 하듯 왔죠. 관동갤러리 일을 하기 전에는 동인천에 대한 관념적인 이해는 없었어요. 양키 시장이 있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쇠퇴한 동네라는 생각 정도였어요. 그런데 관동갤러리 일을 하면서 원도심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분을 만났고, 동네를 보는 여러 시선을 알게 됐죠. 어린 시절보다는 자의식도 생겼고, 동인천이 문화적으로 풍부한 곳이라는 걸 자각했던 때였어요.
동인천에서 사무실을 열었던 솔직한 이유는 저렴한 임대료때문이었어요. 졸업할 때쯤 목수일에 관심이 생겨서 일을 배우며 할 때였는데, 창업을 하고 싶어서 자리를 알아보다 용동에 있는 사무실 겸 집을 얻었죠. 집값이 정말 쌌어요. 서울 전역의 부동산을 다 뒤져도 그 정도 집 값은 없더라고요. 1층은 작업실로 사용하고, 2층에서 친구와 둘이 살았어요.
목수 일을 하셨던 것도 흥미로워요. 목수일을 시작하게된 계기가 있으세요?
관동갤러리 작업을 할 때 만났던 목수 한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작업하시는 걸 보는데, 멋져 보이더라고요. 건축가들은 도면을 그릴 때 벽을 세우고 싶으면 선을 두 줄로 그려요. 그치만 실제로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진 못 하잖아요. 저희는 시공을 모르니까, 벽이 생성되는 원리를 잘 모르는거죠. 그런데 목수는 생성 원리를 계속 추구해야 하는 일인거에요. 목수 일을 배우면서 나무를 통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을 배웠죠. 그리고 다음엔 시공 회사에 들어가서 시공 일을 했어요. 목수 일도 그렇고 시공 일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당시에 배울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일을 했었어요.
주택 살이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지금 집을 어떻게 선택하셨나요?
‘무단횡단'이 마무리가 될 즈음 했던 작업들이 저희 집 정도 스케일이었어요. 몇 번의 경험을 거치니까 용기가 생겼죠. 손주희 소장과 결혼을 준비하며, 주택을 고쳐 살기로 하고 집을 보러 다녔어요. 다섯 곳 정도 집을 봤는데, 이 집이 고치기 좋은 ‘ㄱ자(기역자)’ 구조에 정원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스케치북이 깨끗해야 어떤 그림이든 그리기 쉽잖아요. 여러 집을 고치다 보니, 단순한 형태의 집일수록 우리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명쾌하게 구현하기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런 기준을 갖고 본 집들 중에 우리 집이 가장 마음에 들었죠.
집을 수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화가 궁금해요.
자잘한 어려움은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어요.(웃음) 그 중 생각나는 일화는 정원을 만들 때예요. 원래 집 공사를 시작할 때는 정원 바닥이 콘크리트였어요. 미장이 되어 있었는데 그걸 부쉈더니 공사 폐기물이 잔뜩 쌓여 있더라고요. 전에 공사하셨던 분들이 땅에 묻고 미장 작업을 한 거였어요. 우리는 나무를 심어야 하니까 그 폐기물을 다 치워야 하잖아요. 근데 진입로가 좁아서 포크레인이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손으로 다 퍼서 폐기물을 치웠어요. 배관도 구배가 잘 못 되어 있어서 제대로 다시 손 봐야 했어요. 근데 이런 정도의 문제는 공사때마다 흔히 발생해요. (웃음)
집 수리를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들도 궁금해요.
이 집은 정남향 집이고 작은 정원이 있어요. 집 내부에서 정원과 하늘이 보이는데, 마당과 하늘의 관계를 고민하며 만들었어요. 내부는 벽과 기둥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했죠. 건축할 때 중요한 사안 중 하나가 ‘프리스탠드' 거든요. 안전하게 서 있는 기능을 보장하며, 기둥과 벽을 교차로 사용하는 거예요. 어떤 부분을 열고 닫을지 조합하는 거죠. 저는 집의 형태와 빛이 들어오는 것을 고려했어요. 여름에는 집 내부로 해가 깊게 들어오고 반대로 겨울에는 해가 짧게 들어오도록 설계한거죠. 빛이 양명한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마와 기둥, 벽을 둘 때 건축의 기본 원리들을 조합하여 집 본연의 매력과 설계 의도에 맞게 구성하고 싶었죠. 저와 손주희 소장 모두 정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정원과 빛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2층이자 다락 공간은 원래 증축도 생각했고, 취미 공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살다 보니 손을 못 대고 있어요. (웃음) 시간을 내서 생각하고 추가 공사를 해야 하는데, 공사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미뤄지고 있는거죠. 지금은 이 생활이 안정화됐고 만족스러워서 당분간 이 형태를 유지하려 해요.
단독주택에 살아보니 어떠세요? 주택살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마당이죠. 마당 생활이 정말 좋아요. 집에 마당이 있다는 그 존재의 인식 자체만으로 안정감을 줘요. 마당은 집 안 처럼 완벽하게 통제하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그런 공간을 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오는 묘한 긴장감이 있어요. 모르는 고양이들이 찾아 오고 해마다 발견하는 동물이 다양해지죠. 저번에는 페릿을 봤어요. (웃음) 층간 소음이 없다는 점도 좋죠. 공동 주택에 살았을 때도 층간 소음 문제를 심하게 겪진 않았는데 주택은 소음 문제에서 확실히 자유로워요. 주택 만능주의는 아니지만 저희 성향에 잘 맞는거죠. 확실히 덜 답답해요.
일과 생활을 하는 동네로써 동인천은 어떤가요?
동인천은 문화적으로 풍성한 동네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데 각 문화의 개성이 살아 있죠.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힙하거나 조금 철 지나간 것들이 어우러져 있어요. 혼종의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 느낌이 좋아요. 동인천 구도심은 상가 밀집 지역도 아니고, 건물 고도도 낮아서 눈이 편안해요. 그리고 재밌는 분들이 많아요. 자기 주관과 삶의 방식을 가지신 분들이죠.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시온으로 빠져 나온 혁명군이 세상에 축출되어 곳곳에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동인천에서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싸리재'를 좋아해요. 사장님과 똑 닮은 강아지도 너무 귀엽고,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세요. 팥빙수도 맛있고요. 2층에 있는 스피커, 음반, 카메라, 책 등 놓여 있는 오브제를 보면 사장님이 그대로 드러나 있죠. 그 공간에서 풍기는 빈티지한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아요.
‘오디너리 동인천' 에서 ‘주택살이 프로그램’의 호스트가 되셨는데, 이번 프로그램 내용이 궁금해요.
프로그램 명은 ‘금손 건축의 오래된 집 고치기'예요. 저는 인천 구도심 일대 오래된 집 3채를 수리한 이력이 있어요. 그리고 50년 넘은 주택을 수리해서 살고 있기도 하죠. 집 수리 일대기와 함께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싶어요. 장차 주택 살이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좋은 집을 고르는 팁과 공사 중 고려해야할 점을 말씀 드리려 해요. 그밖에 건축 일을 하며 느꼈던 점들을 두루 소개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동인천으로 여행을 오거나, 삶의 터전을 옮길 미래의 이웃 위해 슬기로운 동네 생활 꿀팁 한가지 부탁드려요.
산책을 많이 하시면 좋겠어요. 제가 배다리부터 차이나타운까지 자주 걸어요. 지하철 두 세 정거장 되는 거리니까,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닌데 자연스레 걷게 돼요. 걷는 데 굉장히 친화적인 동네라고 생각해요. 거리를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걸을 때 마주 하는 자극이 계속 바뀐다는 의미거든요. 많이 걸어 다니면서 로컬이 주는 자극을 경험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