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각자의 시선으로 다채로운 인천을 담는 로컬콘텐츠그룹, 인천그래퍼
(인천 로컬 콘텐츠 그룹, 인천그래퍼. 왼쪽부터(활동명) 그레이, 에스유, 인천도토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즐거운 일을 벌이면 마음이 풍요로워져요!”
일주일에 한 번 로컬 곳곳을 탐방하며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로컬콘텐츠그룹을 만나고 왔습니다. 인천 토박이 ‘에스유’, 전주에서 올라온 ‘그레이’, 양평에서 떼굴떼굴 굴러온 ‘인천 도토리’가 그 주인공인데요. 박사과정을 졸업한 디자인학 박사 겸 UX 디자이너, 해외 영업 회사원, 로컬디자인 석사생으로 이루어진 팀, 인천그래퍼는 각자의 시선으로 인천 곳곳을 포착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로컬의 매력을 발견하면 일상의 해상도가 높아진다며, 눈을 반짝이는 이들에게서 밀도 높은 행복이 느껴졌습니다.
매주 인천의 산과 섬을 넘나들며, 누구보다 꽉 찬 일상을 살아가는 ‘인천그래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인천그래퍼’ 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천에서 활동하며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는 로컬콘텐츠그룹, ‘인천그래퍼’입니다. 팀명은 포토그래퍼에서 착안하여 ‘우리 시선으로 담는 인천’이라는 의미로 정했어요.
그레이: 저는 인천그래퍼에서 ‘그레이’로 활동하고 있어요. 인천그래퍼가 계양산에서 창단식을 열었었어요. 그날 계양산에 올라 하늘을 보니 회색이더라고요. 3월 4일이었는데, 유독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었죠. (웃음) 활동명을 정해야 했는데 문득 그 날이 떠올랐어요. 제가 평소에 회색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본업은 무역회사를 다니는 해외영업사원이에요. 인천항 출입이 잦죠. 인천그래퍼에서 행정적인 처리나 보고서 작성을 맡고 있어요.
에스유: 저는 원래 이름에 S와 U가 들어가요. 그래서 에스유라고지었죠. 제 본업은 디자인 박사 과정생이자 UX 디자이너인데요. 에스유는 제가 일 하는 곳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기도 해요. 인천그래퍼에서는 모든 디자인 작업과 인스타그램 관리를 맡고 있어요.
인천도토리: 안녕하세요. 저는 양평에서 인천으로 굴러왔다는 의미를 담고 싶어서 도토리를 넣어 봤어요. 동요 중에 ‘떼굴떼굴 떼굴떼굴 도토리~’ 이런 동요가 있어요. 활동명을 정할 때 이 동요가 생각나더라고요. 출신지가 인천이 아니라는 걸 밝히면서, 지금 인천에 있다는 것도 말하고 싶어서 인천도토리로 정했어요. 본업은 도시재생 관련한 일이에요. 인천그래퍼에서는 뉴스레터 편집을 맡고 있습니다. 제목을 정하고 서문 쓰는 일도 해요.
각기 다른 세 분이 함께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떻게 만나셨어요?
에스유: 2022년 9월에 저와 인천도토리님과 처음 만났어요. 그 뒤 10월에서 11월 쯤 그레이님과도 연이 닿았어요.
인천도토리: 팀원 모두 인천스펙타클 프로그램인 인천스펙타클유니버시티 4기예요. 각자 인천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동기로 가입했어요. 저는 취업 후 인천으로 왔는데 워낙 이 동네에 대해 잘 모르고 친구가 없으니, 동네에 정이 가질 않았어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프로그램에 신청했어요. 그 프로그램이 매달 매주, 조가 바뀌는데요. 조가 바뀔 때마다 저와 에스유님이 유독 많이 겹쳤어요.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는 주까지 가까워지진 못했죠. 마지막 날 우연히 ‘산 지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에스유님이 산 지도를 만들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갑자기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그레이님이 ‘제가 산을 좋아해요!’ 하면서 관심을 보이는 거예요. 저는 좀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타입이라, “그럼 다음에 같이 산에 갑시다!” 말하고 헤어졌어요. (웃음) 두 달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제가 인천 청년 모임 지원사업 공고를 보고 연락했죠. ‘지원 사업이 있는데 산 지도 만드는 모임 할 생각 있냐’고 물었어요. 저희가 모두 거절을 잘 안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웬만하면 좋다고 해요. (웃음)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인천 로컬 활동을 통해 서로 만나게 된건데, 로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그레이: 저는 고향이 전주예요. 고등학교 때까지 전주에 있다가 충청도에서 대학을 나오고, 서울로 회사도 다녔죠. 전국을 돌았어요. 항구와 밀접한 일을 하다 보니 지금은 인천에 있고요. 인천에 오래 있게 될 것 같아서 지역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주에서는 아는 맛집도 많고 친구들도 많았지만, 인천은 아는 게 없었거든요. 인스타그램 광고에 로컬 프로그램이 보였는데 비슷한 주제로 함께 로컬을 탐구하고, 여러 사람과 동네를 알면 재밌을 거 같아서 신청했어요. 일단 신청하면 문밖을 나가야 할 동기가 생기잖아요. 지원사업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을 경험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우리 모임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더불어 결과물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부평구청장님께 청년의 날 표창장도 받았어요.
인천그래퍼 활동에서 좋았던 점이나 인상적이었던 일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그레이: 처음에 이 활동을 시작할 때는 인천을 탐구해 보겠다는 개인적 욕구가 컸던 것 같아요. 근데 저희가 작년에 ‘장수산’에 갔었거든요. 인천에 7년 정도 살았는데, 처음 들어봤던 산이었어요. 야트막한 장수산에 식물원처럼 조성된 나비공원이 있는데요. 거기 생태학습관과 전시관이 있어요. 한 달 후쯤 조카를 데리고 다시 갔는데, 조카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공유하여 느끼는 보람이 크다는 걸 체감했어요. 뉴스레터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저희가 경험한 것을 소개해 주는 일이잖아요. 인스타그램에서 너무 유명한 장소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발굴하여 소개할 때 오는 즐거움이 커요. 그런 뿌듯함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죠.
인천도토리: 인천그래퍼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지역에서 얼마나 움직이고, 어떻게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일상의 해상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느꼈어요. 그리고 저와 결이 맞는 팀원들과 함께 다니니 더 좋더라고요. 앞서 말했듯이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프로그램에 참여 했던 건데, 팀원들을 만난 것만으로 너무 만족해요. 시즌1은 산이었고, 이번 시즌2는 섬인데 팀원들과 계속할 수 있음에 감사했어요. 또 작년에 산 다닐 때는 인천이 바다 도시라는 걸 잘 못 느꼈는데 섬을 다니면서 확실하게 느꼈어요. 저는 부평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인천이 바다와 밀접하다는 점을 더더욱 느끼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콘텐츠를 만들면서 1시간 ~ 1시간 반만 가면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살던 양평이었다면 왕복 6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지만, 인천에서는 1시간이면 아름다운 섬에 갈 수 있어요. 인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죠.
에스유: 저는 인천에서 평생 살았던 인천 사람이에요. 인천 토박이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요. 외지인이 많이 와서 터를 잡은 도시거든요. 저는 부모님 모두 인천 토박이에, 저도 계속 여기서 살고 있죠. 그래서 저에게 인천은 웬만한 곳은 모두 가 본 익숙한 도시에요. 그런데 인천그래퍼 활동을 하며 팀원들 관점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이나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아름다움을 다시 깨닫게 된 적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월미산 전망대에 올라가면 항구 쪽에 많은 차들을 볼 수 있어요. 그 차들을 볼 때마다 별생각이 없었는데 그레이님이 수출용으로 나가는 차들이라는 설명을 해줬어요. 그러니까 다르게 느껴지는 거예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 거죠.
또 인천도토리님은 (저에 비해) 처음 경험하는 것이 많다 보니 어딜 가든 너무 좋아해 주세요. 제게는 익숙한 풍경이 누군가에겐 신선하고 아름다운 곳이 된다는 점이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이에요. 마지막으로 저희가 1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모두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무엇을 하자고 했을 때, “별로”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요. (웃음) 자기 뜻과 맞지 않을 때도 바로 부정하기보다, 더 좋은 의견을 더하려고 노력하죠. 그런 마음이 모여 팀이 더 굳건해지고 있다 생각해요. 각자의 역할 분담이나 업무 완성도도 만족스럽고요.
지난해 인천그래퍼 활동 시즌 1으로, 산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에스유: 인천이 산 같지 않은 산이 정말 많거든요. 인하대에 해발고도 기준점인 수준 원점이 있어요. 거기가 높이 0m로, 그곳을 기준으로 산의 높이를 측정해요. 우리나라에서 산이 되려면 그 수준 원점에서 100m 이상 높이가 돼야 해요. 근데 100m를 넘어도 산에 등록되지 않은 곳도 많고, 높이가 100m가 되지 않는데 산이라고 부르기도 해서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아요. 당장은 어려울 것 같지만 언젠가는 도전해 보고 싶어요. 지난해는 ‘산 지도’를 만들자며 시작했는데 지도 빼고 산만 남은 활동이었어요. (웃음) 산 지도는 언젠가 꼭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인천도토리: 우리나라에 100대 명산 스티커가 있잖아요. 우리나라 100대 명산은 모두 못 올라도 인천에 있는 산 정도는 다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했어요. 인천의 산을 정복하는 콘텐츠를 앱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도 팀원들이 했죠. 원래는 디자인 창작물을 만들려는 의도였는데, 실제로 산을 다니면서 경험 위주의 활동으로 바뀌었어요. (웃음)
자유공원도 ‘마음속의 산’으로 설정해서, 작년 활동에 포함했다고 들었어요.
에스유: 맞아요. 사실 자유공원은 높이가 100m가 되지 않아 산은 아니에요. 하지만 인천에 오래 사신 어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유공원을 응봉산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자유공원의 정확한 호칭은 아니지만, 근현대박물관에 가보면 응봉산이라고 따로 표기되어 있기도 해요. 산이 꼭 100m가 넘어야만 산일까? 지역 주민들이 산으로 인식하면 산이지 않을까 해서 넣어 봤어요. 그때 뉴스레터 제목이 ‘100m가 넘지 않아 산은 아니지만 우리 마음속의 산, 자유공원’이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직접 올라간 경험으로는 월미산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요. (웃음)
월미산은 다른 산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레이: 월미산 길이 잘 닦여 있어서 초심자들이 오르기 쉬운 산이에요. 해발 108m 정도의 산이라, 공원 오르듯 쉽게 갈 수 있어요. 정상에 올라가면, 인천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것들을 모두 볼 수 있어요. 인천의 섬, 월미도 놀이공원, 영종도로 가는 배, 항구와 바다 등 인천 종합선물 세트 같은 경치예요. 그래서 여행 오신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산이기도 하죠.
인천도토리: 맞아요. 등산 난이도가 높지 않아요.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대관람차가 낭만적이기도 하고, 곳곳에 공공 조형물이 놓여 있어서 보는 즐거움도 있어요.
작년에는 인천그래퍼 팀원 이외에 다른 분들과도 함께 월미산 트레킹을 했다 들었어요.
에스유: 월미산을 오를 때 스펙타클 유니버시티 기수분들에게 참여 의사를 여쭙고 그중 두 분과 함께 다녀왔어요. 월미산은 오르는 길이 넓고 닦여진 길이라 일렬종대로 함께 오를 수 있다는게 장점이에요.
그레이: 맞아요. 월미산에 오를 때는 인원도 적은 데다, 힘든 산이 아니었어서 도란도란 친구랑 산책하는 느낌이었어요.
이번에 ‘라이프앳로컬’에서 진행하는 월미산 트레킹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그레이: 월미산을 오르면서 인천의 매력을 알아가는 시간이에요. 월미산 전망대에 올라서 인천항, 월미도, 섬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산 이야기도 나누려고 합니다. 저희 팀이 인천 사람과 타지 사람이 모인 팀이잖아요. 인천 사람이 아니었던 사람이 인천에 와서 경험한 이야기도 있고, 각자가 바라보는 인천이 모두 달라요.
그래서 월미산 트레킹에 오시면 인천에 관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인더로컬에서 프로그램 운영 제안을 받고, 참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에스유: 처음엔 다들 생업이 있어서 일정 조율 문제로 고민했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협업 제안이 오면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참여하자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대표님과 대화를 나눠 보니, 인천과 인천 여행에 좋은 의도와 생각을 말씀해 주셔서 더 마음이 갔죠. 일정도 최대한 잘 맞춰 주셨고요. 이런 곳이라면 충분히 협업을 통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동인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장소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그레이: 저는 ‘시와예술’이라는 독립 서점을 좋아해요. 예술에 관한 책이 많아서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에스유: 저는 특별한 장소라기보다 동인천의 길목을 좋아해요. 동인천은 걷기만 해도 근현대 유산들을 만날 수 있어요. 특히 ‘청일 조계지 계단’을 좋아하는데, 그 계단을 중심으로 청나라와 일본의 문화가 나뉘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인천도토리: 저는 ‘콩카페’를 좋아해요. 동인천에 오면 콩카페의 에그타르트는 꼭 사가요. (웃음) 신포시장의 ‘타르트야’ 옥수 에그타르트도 좋아해요.
앞으로 동인천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에스유: 나중에 저희가 아카이빙한 자료와 뉴스레터와 사진을 모아서 전시회를 열고 싶어요. 디자인이나 VMD 모두 저희 안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준비할 수 있거든요. 데이터만 좀 더 모이면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레이: 저는 나중에 인천관광공사와 인천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면 좋겠어요. 특히 저는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을 10년째 다니고 있는데요. 공연 중간에 인천을 홍보하는 영상이 나와요. 작년엔 인천 섬을 홍보하는 영상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영상을 저희가 제작해 보고 싶어요. 굿즈 제작도 해서 인천의 다양한 곳들과 협업해 보는 기회도 가지면 좋겠네요. 무엇보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 철학인 ‘서로가 행복한 경험을 하자’가 변치 않게 활동을 이어가길 바라요.
인천도토리: 우리 지역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만드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해외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려 하잖아요. 그런 활동을 하면서 ‘이 지역 사람들 너무 좋겠다’ 부러워 하기도 하고요. 그런 시선으로 우리가 사는 지역을 보면 좋겠어요. 우리 지역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져요. 지역 안에서의 즐거움을 알리는 팀이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각자의 시선으로 다채로운 인천을 담는 로컬콘텐츠그룹, 인천그래퍼
(인천 로컬 콘텐츠 그룹, 인천그래퍼. 왼쪽부터(활동명) 그레이, 에스유, 인천도토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즐거운 일을 벌이면 마음이 풍요로워져요!”
일주일에 한 번 로컬 곳곳을 탐방하며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로컬콘텐츠그룹을 만나고 왔습니다. 인천 토박이 ‘에스유’, 전주에서 올라온 ‘그레이’, 양평에서 떼굴떼굴 굴러온 ‘인천 도토리’가 그 주인공인데요. 박사과정을 졸업한 디자인학 박사 겸 UX 디자이너, 해외 영업 회사원, 로컬디자인 석사생으로 이루어진 팀, 인천그래퍼는 각자의 시선으로 인천 곳곳을 포착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로컬의 매력을 발견하면 일상의 해상도가 높아진다며, 눈을 반짝이는 이들에게서 밀도 높은 행복이 느껴졌습니다.
매주 인천의 산과 섬을 넘나들며, 누구보다 꽉 찬 일상을 살아가는 ‘인천그래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인천그래퍼’ 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천에서 활동하며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는 로컬콘텐츠그룹, ‘인천그래퍼’입니다. 팀명은 포토그래퍼에서 착안하여 ‘우리 시선으로 담는 인천’이라는 의미로 정했어요.
그레이: 저는 인천그래퍼에서 ‘그레이’로 활동하고 있어요. 인천그래퍼가 계양산에서 창단식을 열었었어요. 그날 계양산에 올라 하늘을 보니 회색이더라고요. 3월 4일이었는데, 유독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었죠. (웃음) 활동명을 정해야 했는데 문득 그 날이 떠올랐어요. 제가 평소에 회색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본업은 무역회사를 다니는 해외영업사원이에요. 인천항 출입이 잦죠. 인천그래퍼에서 행정적인 처리나 보고서 작성을 맡고 있어요.
에스유: 저는 원래 이름에 S와 U가 들어가요. 그래서 에스유라고지었죠. 제 본업은 디자인 박사 과정생이자 UX 디자이너인데요. 에스유는 제가 일 하는 곳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기도 해요. 인천그래퍼에서는 모든 디자인 작업과 인스타그램 관리를 맡고 있어요.
인천도토리: 안녕하세요. 저는 양평에서 인천으로 굴러왔다는 의미를 담고 싶어서 도토리를 넣어 봤어요. 동요 중에 ‘떼굴떼굴 떼굴떼굴 도토리~’ 이런 동요가 있어요. 활동명을 정할 때 이 동요가 생각나더라고요. 출신지가 인천이 아니라는 걸 밝히면서, 지금 인천에 있다는 것도 말하고 싶어서 인천도토리로 정했어요. 본업은 도시재생 관련한 일이에요. 인천그래퍼에서는 뉴스레터 편집을 맡고 있습니다. 제목을 정하고 서문 쓰는 일도 해요.
각기 다른 세 분이 함께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떻게 만나셨어요?
에스유: 2022년 9월에 저와 인천도토리님과 처음 만났어요. 그 뒤 10월에서 11월 쯤 그레이님과도 연이 닿았어요.
인천도토리: 팀원 모두 인천스펙타클 프로그램인 인천스펙타클유니버시티 4기예요. 각자 인천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동기로 가입했어요. 저는 취업 후 인천으로 왔는데 워낙 이 동네에 대해 잘 모르고 친구가 없으니, 동네에 정이 가질 않았어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프로그램에 신청했어요. 그 프로그램이 매달 매주, 조가 바뀌는데요. 조가 바뀔 때마다 저와 에스유님이 유독 많이 겹쳤어요.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는 주까지 가까워지진 못했죠. 마지막 날 우연히 ‘산 지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에스유님이 산 지도를 만들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갑자기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그레이님이 ‘제가 산을 좋아해요!’ 하면서 관심을 보이는 거예요. 저는 좀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타입이라, “그럼 다음에 같이 산에 갑시다!” 말하고 헤어졌어요. (웃음) 두 달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제가 인천 청년 모임 지원사업 공고를 보고 연락했죠. ‘지원 사업이 있는데 산 지도 만드는 모임 할 생각 있냐’고 물었어요. 저희가 모두 거절을 잘 안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웬만하면 좋다고 해요. (웃음)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인천 로컬 활동을 통해 서로 만나게 된건데, 로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그레이: 저는 고향이 전주예요. 고등학교 때까지 전주에 있다가 충청도에서 대학을 나오고, 서울로 회사도 다녔죠. 전국을 돌았어요. 항구와 밀접한 일을 하다 보니 지금은 인천에 있고요. 인천에 오래 있게 될 것 같아서 지역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주에서는 아는 맛집도 많고 친구들도 많았지만, 인천은 아는 게 없었거든요. 인스타그램 광고에 로컬 프로그램이 보였는데 비슷한 주제로 함께 로컬을 탐구하고, 여러 사람과 동네를 알면 재밌을 거 같아서 신청했어요. 일단 신청하면 문밖을 나가야 할 동기가 생기잖아요. 지원사업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을 경험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우리 모임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더불어 결과물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부평구청장님께 청년의 날 표창장도 받았어요.
인천그래퍼 활동에서 좋았던 점이나 인상적이었던 일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그레이: 처음에 이 활동을 시작할 때는 인천을 탐구해 보겠다는 개인적 욕구가 컸던 것 같아요. 근데 저희가 작년에 ‘장수산’에 갔었거든요. 인천에 7년 정도 살았는데, 처음 들어봤던 산이었어요. 야트막한 장수산에 식물원처럼 조성된 나비공원이 있는데요. 거기 생태학습관과 전시관이 있어요. 한 달 후쯤 조카를 데리고 다시 갔는데, 조카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공유하여 느끼는 보람이 크다는 걸 체감했어요. 뉴스레터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저희가 경험한 것을 소개해 주는 일이잖아요. 인스타그램에서 너무 유명한 장소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발굴하여 소개할 때 오는 즐거움이 커요. 그런 뿌듯함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죠.
인천도토리: 인천그래퍼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지역에서 얼마나 움직이고, 어떻게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일상의 해상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느꼈어요. 그리고 저와 결이 맞는 팀원들과 함께 다니니 더 좋더라고요. 앞서 말했듯이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프로그램에 참여 했던 건데, 팀원들을 만난 것만으로 너무 만족해요. 시즌1은 산이었고, 이번 시즌2는 섬인데 팀원들과 계속할 수 있음에 감사했어요. 또 작년에 산 다닐 때는 인천이 바다 도시라는 걸 잘 못 느꼈는데 섬을 다니면서 확실하게 느꼈어요. 저는 부평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인천이 바다와 밀접하다는 점을 더더욱 느끼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콘텐츠를 만들면서 1시간 ~ 1시간 반만 가면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살던 양평이었다면 왕복 6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지만, 인천에서는 1시간이면 아름다운 섬에 갈 수 있어요. 인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죠.
에스유: 저는 인천에서 평생 살았던 인천 사람이에요. 인천 토박이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요. 외지인이 많이 와서 터를 잡은 도시거든요. 저는 부모님 모두 인천 토박이에, 저도 계속 여기서 살고 있죠. 그래서 저에게 인천은 웬만한 곳은 모두 가 본 익숙한 도시에요. 그런데 인천그래퍼 활동을 하며 팀원들 관점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이나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아름다움을 다시 깨닫게 된 적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월미산 전망대에 올라가면 항구 쪽에 많은 차들을 볼 수 있어요. 그 차들을 볼 때마다 별생각이 없었는데 그레이님이 수출용으로 나가는 차들이라는 설명을 해줬어요. 그러니까 다르게 느껴지는 거예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 거죠.
또 인천도토리님은 (저에 비해) 처음 경험하는 것이 많다 보니 어딜 가든 너무 좋아해 주세요. 제게는 익숙한 풍경이 누군가에겐 신선하고 아름다운 곳이 된다는 점이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이에요. 마지막으로 저희가 1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모두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무엇을 하자고 했을 때, “별로”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요. (웃음) 자기 뜻과 맞지 않을 때도 바로 부정하기보다, 더 좋은 의견을 더하려고 노력하죠. 그런 마음이 모여 팀이 더 굳건해지고 있다 생각해요. 각자의 역할 분담이나 업무 완성도도 만족스럽고요.
지난해 인천그래퍼 활동 시즌 1으로, 산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에스유: 인천이 산 같지 않은 산이 정말 많거든요. 인하대에 해발고도 기준점인 수준 원점이 있어요. 거기가 높이 0m로, 그곳을 기준으로 산의 높이를 측정해요. 우리나라에서 산이 되려면 그 수준 원점에서 100m 이상 높이가 돼야 해요. 근데 100m를 넘어도 산에 등록되지 않은 곳도 많고, 높이가 100m가 되지 않는데 산이라고 부르기도 해서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아요. 당장은 어려울 것 같지만 언젠가는 도전해 보고 싶어요. 지난해는 ‘산 지도’를 만들자며 시작했는데 지도 빼고 산만 남은 활동이었어요. (웃음) 산 지도는 언젠가 꼭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인천도토리: 우리나라에 100대 명산 스티커가 있잖아요. 우리나라 100대 명산은 모두 못 올라도 인천에 있는 산 정도는 다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했어요. 인천의 산을 정복하는 콘텐츠를 앱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도 팀원들이 했죠. 원래는 디자인 창작물을 만들려는 의도였는데, 실제로 산을 다니면서 경험 위주의 활동으로 바뀌었어요. (웃음)
자유공원도 ‘마음속의 산’으로 설정해서, 작년 활동에 포함했다고 들었어요.
에스유: 맞아요. 사실 자유공원은 높이가 100m가 되지 않아 산은 아니에요. 하지만 인천에 오래 사신 어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유공원을 응봉산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자유공원의 정확한 호칭은 아니지만, 근현대박물관에 가보면 응봉산이라고 따로 표기되어 있기도 해요. 산이 꼭 100m가 넘어야만 산일까? 지역 주민들이 산으로 인식하면 산이지 않을까 해서 넣어 봤어요. 그때 뉴스레터 제목이 ‘100m가 넘지 않아 산은 아니지만 우리 마음속의 산, 자유공원’이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직접 올라간 경험으로는 월미산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요. (웃음)
월미산은 다른 산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레이: 월미산 길이 잘 닦여 있어서 초심자들이 오르기 쉬운 산이에요. 해발 108m 정도의 산이라, 공원 오르듯 쉽게 갈 수 있어요. 정상에 올라가면, 인천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것들을 모두 볼 수 있어요. 인천의 섬, 월미도 놀이공원, 영종도로 가는 배, 항구와 바다 등 인천 종합선물 세트 같은 경치예요. 그래서 여행 오신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산이기도 하죠.
인천도토리: 맞아요. 등산 난이도가 높지 않아요.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대관람차가 낭만적이기도 하고, 곳곳에 공공 조형물이 놓여 있어서 보는 즐거움도 있어요.
작년에는 인천그래퍼 팀원 이외에 다른 분들과도 함께 월미산 트레킹을 했다 들었어요.
에스유: 월미산을 오를 때 스펙타클 유니버시티 기수분들에게 참여 의사를 여쭙고 그중 두 분과 함께 다녀왔어요. 월미산은 오르는 길이 넓고 닦여진 길이라 일렬종대로 함께 오를 수 있다는게 장점이에요.
그레이: 맞아요. 월미산에 오를 때는 인원도 적은 데다, 힘든 산이 아니었어서 도란도란 친구랑 산책하는 느낌이었어요.
이번에 ‘라이프앳로컬’에서 진행하는 월미산 트레킹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그레이: 월미산을 오르면서 인천의 매력을 알아가는 시간이에요. 월미산 전망대에 올라서 인천항, 월미도, 섬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산 이야기도 나누려고 합니다. 저희 팀이 인천 사람과 타지 사람이 모인 팀이잖아요. 인천 사람이 아니었던 사람이 인천에 와서 경험한 이야기도 있고, 각자가 바라보는 인천이 모두 달라요.
그래서 월미산 트레킹에 오시면 인천에 관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인더로컬에서 프로그램 운영 제안을 받고, 참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에스유: 처음엔 다들 생업이 있어서 일정 조율 문제로 고민했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협업 제안이 오면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참여하자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대표님과 대화를 나눠 보니, 인천과 인천 여행에 좋은 의도와 생각을 말씀해 주셔서 더 마음이 갔죠. 일정도 최대한 잘 맞춰 주셨고요. 이런 곳이라면 충분히 협업을 통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동인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장소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그레이: 저는 ‘시와예술’이라는 독립 서점을 좋아해요. 예술에 관한 책이 많아서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에스유: 저는 특별한 장소라기보다 동인천의 길목을 좋아해요. 동인천은 걷기만 해도 근현대 유산들을 만날 수 있어요. 특히 ‘청일 조계지 계단’을 좋아하는데, 그 계단을 중심으로 청나라와 일본의 문화가 나뉘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인천도토리: 저는 ‘콩카페’를 좋아해요. 동인천에 오면 콩카페의 에그타르트는 꼭 사가요. (웃음) 신포시장의 ‘타르트야’ 옥수 에그타르트도 좋아해요.
앞으로 동인천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에스유: 나중에 저희가 아카이빙한 자료와 뉴스레터와 사진을 모아서 전시회를 열고 싶어요. 디자인이나 VMD 모두 저희 안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준비할 수 있거든요. 데이터만 좀 더 모이면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레이: 저는 나중에 인천관광공사와 인천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면 좋겠어요. 특히 저는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을 10년째 다니고 있는데요. 공연 중간에 인천을 홍보하는 영상이 나와요. 작년엔 인천 섬을 홍보하는 영상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영상을 저희가 제작해 보고 싶어요. 굿즈 제작도 해서 인천의 다양한 곳들과 협업해 보는 기회도 가지면 좋겠네요. 무엇보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 철학인 ‘서로가 행복한 경험을 하자’가 변치 않게 활동을 이어가길 바라요.
인천도토리: 우리 지역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만드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해외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려 하잖아요. 그런 활동을 하면서 ‘이 지역 사람들 너무 좋겠다’ 부러워 하기도 하고요. 그런 시선으로 우리가 사는 지역을 보면 좋겠어요. 우리 지역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져요. 지역 안에서의 즐거움을 알리는 팀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