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처음으로 쟁취한 꿈이 담긴 차의 공간

[인터뷰] 차에 대한 열정으로 제2의 삶을 피어 낸 <마담티> 대표 김숙자 님


 

<마담티>의 김숙자 님을 만나면 ‘열정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혹자의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티테이블 위에 차 이야기가 놓이면 받아둔 찻물이 다 할 때까지, 차에 대한 열렬한 애호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청춘을 살아가는 김숙자 님의 공간, 마담티에 다녀왔습니다.  

‘마음 담은 티’라는 뜻을 가진 마담티는 차와 차를 사랑하는 모두를 위한 공간입니다. 김숙자 님이 60세가 되던 1월에 문을 연 곳이라고 합니다. 마담티에 들어서면 약재상 혹은 마법사의 공간처럼 수 많은 차 병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곳의 주인인 김숙자 님은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차들을 지휘하듯 섞고 우려 내어 한 잔의 차를 내주십니다. 마담티에서 마법 같은 티타임을 즐기고 나면, 차를 잘 몰랐던 사람도 차의 매력에 빠진다고 합니다. 향긋하고 따스한 김숙자 님의 마담티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1959년생 인천 중구 사동이 고향인 66세 김숙자입니다.
동인천에서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인 ‘마담티’를 운영하고 있어요. 취미로 차를 즐기다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에 ‘티 마스터 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차문화를 전공하며 대학 수업을 듣고 있어요.

마담티의 시작이 궁금해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나요?

마담티는 2018년, 제가 딱 60세가 되던 해 1월에 오픈한 공간이에요. 이 동네가 제 고향인데 오랜만에 ‘전동 떡집’이 궁금해서 들렀다가 지금의 마담티 공간을 보게 됐어요. (마담티가 있는)이 골목이 어린 시절에 엄마 손 잡고 다니던 동네거든요. 딱 이 공간이 임대로 나와 있었는데 운명 같은 이끌림을 느꼈어요. 당일에 바로 계약했으니까요. ‘마음 담은 티’라는 뜻으로 ‘마담티’라는 이름을 짓고, 하나하나 꾸몄어요. 아끼는 차와 찻잔들을 진열하고 오래된 가구를 들였죠. 지금은 제가 직접 덖고, 블렌딩한 차나 우리나라, 해외 유명한 차들을 판매하기도 하고 원데이 클래스부터 전문가 과정까지 다양한 수업이 이루어지는 곳이에요.





공간을 보자마자 바로 계약하셨다니 추진력이 인상적이네요! 차에 대한 공부를 하시던 중이었을까요? 

창업 당시 한창 외손주 육아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육아를 하며 제 일과 공간에 대한 꿈이 생겼어요. 공간은 조금 충동적으로 계약했지만, 그 전부터 폐백 음식, 한식, 베이킹, 홍차, 꽃차 등 다양한 공부를 해뒀어요. (웃음) 오늘을 만든 밑거름 같은 시간이었죠.

임대차계약을 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해요.

상의 없이 가게를 계약하고 가족들에게 통보했어요. 다들 난리가 났죠. 왜 갑자기 가게를 하냐며 말렸어요. 제가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인데다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골목에 가게를 얻었으니 더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당시에는 저의 일 없이 외손주 육아를 담당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서 내 일이 하고 싶었어요. 계약하고 얼마 안 된 어느 날, 자꾸 반대하는 가족들을 가게에 앉혀 놓고 선포하듯 말했죠. ‘내가 찾은 자아를 건드리지 말아라!’ 저는 5남매 중 둘째에다 육 남매 맏며느리로 희생이 기본값인 삶이었거든요. 사실 마담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쟁취한 제 자유 의지였어요.  


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요?

원래 손으로 하는 일에 두루 관심이 많고, 재능이 있는 편이에요. 뜨개질, 바느질 등 손으로 하는 취미가 많았어요. 우연히 TV에서 ‘꽃차’에 대한 내용을 봤는데 사랑에 빠지듯 마음이 갔어요. 인천에서 꽃차 하는 분을 찾아갔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꽃차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1년 동안 그 친구에게 배웠어요. 그 이후에 문화 센터나 복지관에다니며 추가로 이것저것 많이 배웠죠. 배워둔 걸 활용하지 않으면 잊어 버리잖아요. 그래서 블로그에 조금씩 기록을 하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제 블로그 글을 읽어주는 이웃들이 생기더라고요. 그 이웃들과 밖에서 만나 차 모임을 가지고, 차 수업을 듣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차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더욱 커졌죠. 차와 다식에 대한 레시피도 열심히 모으는 시기였어요.

이번 '오디너리 동인천'에서 '라이프앳로컬' 호스트가 되시는데, 운영하실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네 잔의 차와 다식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단순히 차만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차 소개와 차를 건강하고 맛있게 먹는 방법,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차를 만들기까지의 과정 등을 들려드려요. 제가 직접 하동과 제주 같은 차 산지에서 채집한 후 찌고 덖은 차들도 있고, 외국에서 수집해 온 찻잎들도 있죠. 이와 더불어 동인천에서 마담티를 운영하며 차를 통해 만난 사람과 동네 이야기도 나누려고 합니다.

티코스로는 <웰컴 티, 꽃차, 홍차, 천상의 이슬 농차>를 준비했어요. 먼저 직접 담근 청으로 ‘*코디얼 웰컴티’가 나가요. 꽃과 과일로 정성껏 만든 청을 시원하게 즐기는 음료인데, 장미나 자소엽, 패션후르츠 등을 사용해요. 두 번째 코스인 ‘꽃차’는 계절에 맞는 꽃을 손수 덖은 것이에요. 눈으로 먼저 마시고 향과 맛까지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답니다. 세 번째로 ‘홍차’는 외국에서 가져온 찻잎들인데요. 스리랑카, 영국 등 홍차가 유명한 나라에서 들여온 차예요. 차 수집 여행기는 덤으로 들려 드립니다. (웃음) 티 코스의 마지막 순서는 ‘천상의 이슬 농차’예요. 녹차 중에서도 최고급 품종을 소량의 물로 우려 풍미 가득한 향이 인상적인 차예요. 눅진하고 달큰 구수한 향을 천천히 즐길 수 있어요.

각 차마다 소량의 곁들임 다식도 준비했어요. 말차, 과일, 올리브, 견과류 등으로 만든 양갱 혹은 정과를 즐길 수 있어요.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더 해 만든 간식이에요. 티 코스와 수제 다식, 저의 차 이야기 모두 다른 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을 거예요! (웃음) 


 코디얼: 향이 있으며 단맛이 나는 음료. 물에 묽혀 먹거나 주류에 섞어 향과 단맛을 더하기도 한다.




'오디너리 동인천' 호스트로써의 제안을 받고, 참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사람들에게 차를 소개하는 일은 늘 즐거워요. 이런 프로그램을 꾸준히 하고 싶었죠. 차를 잘 모르는분에게 차 문화를 알려 드리며 함께 즐기는 시간은 삶의 활력소예요. 그리고 로컬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제안을 받자마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동인천에서 <마담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동인천에서 생활하며 좋은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여기는 제 고향이라 너무 친숙한 동네예요. 학창 시절부터 남편과의 연애까지 다 이 동네에서 보냈으니까요. 타지에서 온 분들은 동네가 예스럽다고 하는데 사실 조금씩 조금씩  많이 변했어요. 오래 본 사람만 아는 변화죠. 또 이 동네는 주택, 골목 문화가 살아있는 동네예요. 담 밖으로 나온 꽃나무를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죠. 장미 넝쿨이 화려한 집을 지날 때면 ‘아, 여름이 오고 있구나’ 생각하는 것처럼요. 그런 낭만이 있는 동네예요. 이 골목 상인들도 다 오래하신 분들이라 끼니때 되면 여기저기서 먹을 걸 조금씩 나눠 주세요. 다른 곳보다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조금 아쉬운 점은 다른 동네보다 빨리 어두워진다는 점이죠. 해가 지면 우리 집만 불이 켜져 있어요. 조금 고립된 느낌이 들죠. 늦게까지 여는 집들이 조금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세요?

가게 초창기부터 오는 어린 손님이 있어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데, 올 때마다 항상 만 원씩 가져와서 차 두 잔을 마시고 가요. (웃음) 늘 이모와 함께 와요. 동네에 나가면 ‘마담티 할머니네에 갈거야!’하고 온대요. 너무 예뻐요. 그 친구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동인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소개해 주세요.

‘제물포구락부’와 ‘인천시민애집’, ‘카페 파랑돌’, ‘포디움126’을 좋아해요. 제물포구락부는 예전부터 자유공원을 갈 때마다 들르는 곳이었는데 3, 4년 전부터 프로그램이 다양해졌어요. 가게나 학교 일이 바빠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열리면 꼭 신청해요. 시민애집은 대관을 해서 행사를 열었었는데, 오신 분들 모두 이런 공간이 있냐며 놀라워했죠. ‘파랑돌’은 우리 애들 중, 고등학교 학부모 모임을 가지면 늘 가는 카페였어요. 자유공원에 그만한 모임장소가 없었거든요. 바다 전경이 잘 보여서 갈 때마다 눈이 탁 트이는 곳이에요. 요즘은 ‘포디움 126’을 자주 가요. 카페로 바뀌기 전부터 오며 가며 봤던 공간이 몰라보게 달라진 게 신기해요. 커피나 차 종류도 맛있고 물건도 많아서 구경하기 좋아요.

동인천으로 여행을 오거나 이사 올 사람들에게 슬기로운 동네 생활 꿀팁 한가지 부탁드려요.

인천은 끝이지만 시작이 되는 곳이에요. 바다로 갈 수 있고 연결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요. 서울과 공항, 중소도시 모두 가깝죠. 어디든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걷기 좋고 사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동네라, 아이들 키우기에도 좋죠. 숨은 커피 맛집과 찻집, 식당들도 많으니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천천히 산책하며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앞으로 동인천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제가 기획한 차 제품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과 즐기고 싶어요. 제가 채집하고 덖은 차들을 활용한다면 더욱 좋겠죠. 예를 들어 인천 옹진군에 2만 평 정도 해당화 군락지가 있어요. 해당화로 꽃차를 만들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해당화꽃으로 차 제품을 개발하여 인천을 대표하는 차 브랜드가 되면 좋겠어요.

차 브랜드로서 인지도를 높이고, 나아가 차 문화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면 정말 보람될 것 같아요. 인천에 여러 축제나 행사가 열리는데, 차를 주제로 축제를 열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의 다양한 계절 차를 소개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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