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기획자는 왜 르인천구락부를 만들었을까

[인터뷰] 르인천구락부를 기획한 인더로컬 김아영 대표 


(동인천 투어를 직접 가이드하고 있는 김아영 대표의 모습. 체크 무늬 재킷을 입은 사람이 김아영 대표다.)


“나 인천 사람인데, 인천에 이런 게 있었어?” 

르인천구락부가 본격적으로 동인천 패키지여행 상품을 오픈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인천 사람도 몰랐던 인천의 매력을 발굴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르인천구락부는 동인천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인더로컬 협동조합’이 만든 인천 여행 브랜드예요. 청년, 주민, 예술가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와 함께 차별화되고 매력적인 로컬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2023년 한국관광공사의 산학연관 협력 지역관광 혁신사업 ‘2023 이을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인하대학교, 인천관광공사, 요트 회사 글라이더스와 함께 인천 패키지여행 상품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르인천구락부가 선보이는 콘텐츠는, 인천에서 전혀 없었던 소재를 발굴한 게 아니에요. 이미 있던 소재를 신선하게 조합해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행의 거점지이자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포디움126’을 직접 기획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르인천구락부를 비롯한 여러 인천 관련 프로젝트를 이끄는 인더로컬 협동조합의 일원들은 인천 사람일까요? 예상처럼 인천 토박이도 있고, 인천이 좋아서 이주해 자리 잡은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인천 사람이어도, 인더로컬을 통해 인천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곳에서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 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김아영 대표가 있습니다.


이제 막 인천을 배워가기 시작한, 인천 사람인 에디터와 김아영 이사장이 르인천구락부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더로컬의 시작과 르인천구락부 콘텐츠의 밀도 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인터뷰를 천천히 읽어보세요.





르인천구락부를 만든 인더로컬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 먼저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회사명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처음부터 인더로컬이란 이름으로 활동하셨나요?

2019년에 '인천밸류업'이란 이름으로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어요. 이후 활동 영역을 확장하면서 '인더로컬'로 이름을 바꾸게 됐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브랜드명에 담고 싶었거든요. 제가 활동하면서 느낀 동인천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이에요. 인천 안에 모인 사람들을 통해, 인천이 품은 다채로운 매력을 전하고 싶었죠. 그래서 ‘인’에는 한자 ‘인(人)’과 인천의 ‘인(仁)’, 영어 단어 ‘인(in)’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인천 안에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콘텐츠를 만들며, 인천이 각자의 로컬이 되면 좋겠다’라는 뜻을 품고 있어요.


마을호텔 사업명을 ‘르인천구락부’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인천하면 떠올리는 보편적인 편견이 있잖아요. 실제로는 편견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르인천구락부’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르인천구락부의 '르(re)’는 영어 접두사에서 가져왔어요. 라틴어에서 온 거긴 한데, 접두사 re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르인천구락부에서는 '다시 좋아지다', ‘다시 재평가하다'의 의미를 갖고 왔어요. 또, ‘르네상스'가 다시 태어남이란 뜻을 갖고 있고, 도시재생에서는 낙후된 도시를 다시 부흥시키다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기도 하고요.

다시 르인천구락부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사람들이 인천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이 아닌, 매력적인 도시 동인천으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동인천의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마을호텔'이란 뜻을 담고 싶었어요. ‘구락부'는 '클럽'의 일본식 발음인데, 동인천의 개항 문화를 보여주는 단어면서, 클럽이 지닌 의미, 즉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가져왔어요. ‘제물포구락부'라고, 개항 시대에 외국인들의 사교클럽으로 지어진 건물이 현재에도 동인천에 남아있기도 하고, 저희의 마을호텔이 동인천의 로컬문화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교류하는 커뮤니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어요. 과거의 클럽은 현대의 클럽과 의미와 역할이 달랐어요.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교류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장이었죠.

저는 르인천구락부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동인천의 문화에 대해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인더로컬의 회사명에 담긴 의미와 같은 거죠. 그렇다고 꼭 사람들간 대면 소통을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를 통해 ‘이러한 문화와 사람들이 있다.’라는 것만 알려져도 소통의 시작점이 되니까요.


르인천구락부를 비롯한 인더로컬의 주요 활동 지역은 ‘동인천’이에요. 이곳에서 문화 콘텐츠 기획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인천 토박이가 아니에요. 인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인천을 알게 됐죠. 전공이 도시 재생과 관련한 것이라서, 인천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많았거든요. 알면 알수록 동인천은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채로운 지역이었어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해서, 머릿속에 기획해 보고 싶은 콘텐츠가 다양하게 그려지더라고요. 문화기획자로서 재미있는 기획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서, 2018년부터 동인천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죠. 초기에는 동인천을 잘 모르니, 동인천과 관련된 여러 포럼과 네트워크에 참여했어요. 그때 동인천이 좋아서, 저보다 앞서 활동하며 길을 만들고 계신 분들과 만날 수 있었어요.


기획자의 입장에서 본 동인천의 콘텐츠적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나로 딱 떨어지게 설명할 수 없는, 다채로운 매력이 있어요. 인더로컬 콘텐츠에서 ‘다채롭다.’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그만큼 동인천은 오랜 시간 다양한 문화가 결합하고 쌓이면서 만들어진 지역이에요. 도시의 문화는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닌데, 동인천은 그 점을 아주 잘 보여주죠.


먼저 걷기만 해도 역사적인 건물과 현대적인 느낌의 건물이 한데 섞인 걸 볼 수 있어요. 어떤 건물은 개항기 때 지어져서 100년이 넘었는데, 그 옆에는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 자리 잡고 있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토박이부터 동인천이 좋아서 이주한 사람까지, 머물다 간 사람의 흔적과 현재 머무르고 있는 사람의 흔적이 모두 남아 있는 지역이라 흥미로워요.

더불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낯선 것들과의 조화도 볼 수 있어요. 재밌는 게 인천에서 처음 생겨난 것들이 많아요. 짜장면이나 쫄면 외에도, 뼈해장국에 우거지를 넣어 우거지 해장국을 만든 것도 인천이 시초였죠. 이처럼 사람과 문화, 음식 등 여러 조화를 통해 문화가 형성된 지역이라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기획할 때도 이러한 점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상치 못한 조합을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요.


동인천의 매력이 다양하지만,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어렵기도 할 거 같아요.

맞아요. 인천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오석근 사진작가님이 동인천에 대해 ‘압축파일 같은 동네’라고 비유한 적이 있어요. 압축을 풀어야 그 문화의 매력을 알 수 있다고요. 압축을 풀기 전엔 이 도시의 매력을 잘 모르죠. 그래서 저는 동인천에 머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밥 먹고, 커피만 마시고 떠나면, 이 압축 파일 같은 동인천의 매력을 알 수 없으니까요.


말씀처럼 알집 같은 동인천에 장시간 머무르게 유도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기획하셨더라고요. ‘주택살이 탐방투어’와 필름카메라를 들고 동인천을 산책하는 ‘필름산책’. 그리고 동인천 도보투어도 계속 직접 가이드를 맡고 계시잖아요. ‘걷다보면 보일지도’ 리플릿도 만드셨고요. 이처럼 직접 걸으면서 경험하는 체험이 왜 인더로컬의 사업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시나요?

인더로컬의 주요 활동 목표 중 하나는, 동인천을 ‘관광’이 아닌 ‘여행’하는 곳으로 인식을 바꾸는 거예요. 여행을 매개로 이 동네를 경험해 보고 동인천을 살고 싶은 동네로 인식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표예요.

관광과 여행에 대해 차이점을 설명해 드리자면, 먼저 관광은 결과에 집중하는 방식이에요. 대중매체나 SNS에 소개된 곳에 가서, 이미지만 소비하고 인증 사진을 남기는 거죠. 그렇다고 관광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그렇게 처음 방문해서, 그 도시를 알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더로컬은 더 나아가서 지역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갖길 바라요. 스스로 ‘외지인’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관광은, 동네를 해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반면에 여행은 ‘경험’을 더 중요시해요. 때문에 그 지역의 문화를 배우고, 기억할 만한 경험을 남길 수 있어요. 꾸준히 주목받는 로컬 여행이 올바르게 자리 잡히려면, 방문자에게 ‘여행하는 법’을 제안해야 해요. 걷고/듣고/읽고/사람을 만나면서 방문한 지역의 문화를 배우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하죠.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마을호텔 사업인 ‘르인천구락부’를 만들었어요. 사람들을 동인천에 여행 오게 만들려면 ‘숙소’가 중요하잖아요. 동인천은 고즈넉한 느낌의 오래된 주택이 많아서, 재사용하면 숙소에서부터 이곳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로컬 관광이 아닌 로컬 여행을 하려면 가이드의 역할이 중요할 거 같아요.

그만큼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의 사업이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짧고 간단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섬세한 설명을 덧붙여야 동인천에 대해 다시 한번 봐주시더라고요. 어렵고 에너지가 많이 들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어떠한 가이드를 제시하는지에 따라 로컬 여행의 경험과 기억이 달라지니까요. 앞으로는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르인천구락부 가이드북>, <Jazz in Dongincheon>, <여러분에게 동인천은 어떤 동네인가요?> 책자를 만들었어요. 동인천을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과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영감과 휴식에 대한 가이드를 상세히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만큼, 콘텐츠의 방향성과 수요에 대한 확신이 느껴져요. 르인천구락부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인더로컬이 만든 콘텐츠’를 선택할 거라고 믿게 된 경험이 있었나요?

르인천구락부를 비롯한 인더로컬의 모든 콘텐츠가 제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우리가 재밌어야, 남들도 재밌다.’란 믿음이 있어서, 팀원들과 항상 직접 체험해 본 뒤 콘텐츠를 만들어요. 모든 문화 기획자가 경험을 토대로 기획하진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인더로컬은 ‘경험’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내부적으로 일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높아지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2021년에 <주택살이 탐방투어>를 진행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투어를 오픈하기 전에는, 주변에서 모객 여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전에는 없었던 방식의 투어라, 과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란 물음표를 보였죠. 주변의 걱정에도 저는 자신 있었어요. 동인천의 오래된 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경험해 보니 재밌었거든요. 제 예상대로 <주택살이 탐방투어>을 오픈하자, 흥미를 보이는 분들이 많았어요. 실제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엄청 높았고요. 투어 이후, 부동산을 알아본 분들도 있을 정도였어요. 그때 저와 비슷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분들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주택살이 탐방투어 진행 당시의 모습)


‘세상에 마이너한 취향은 없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만큼 취향의 범위가 넓어지고 세분화되고 있죠. 주택살이 탐방투어는 그런 점에서 유의미한 타깃을 발견한 거네요.

맞아요. 로컬이나 동인천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아무리 우리의 콘텐츠에 대해 설명해도 공감하기 어렵잖아요. 반면에 완전한 취향까지는 아니어도, 약간의 호기심이 있거나 열린 마음이라면 통할 수 있어요. 이러한 분들을 대상으로 타깃을 더 대중성 있게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단 관심 있는 분들이 먼저 모여야, 콘텐츠 확장의 가능성이 열리는 거니까요.


인천구락부를 만들면서, 동인천 여행을 추천하고 싶었던 특정 타깃이 있었나요?

르인천구락부의 여행 콘텐츠는 특정 연령층이나 직업군을 타깃으로 하지 않아요. <주택살이 탐방투어>는 우리가 만드는 로컬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거지, 어떠한 제한을 두는 계기가 된 건 아니에요. 동인천 자체가 남녀노소, 전 연령층 누구나 여행 올 수 있는 곳이니까요. 젊은 세대는 진짜 레트로 감성을 경험할 수 있고, 중장년층은 과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죠. 우리는 이곳에서의 경험을 색다르게 바꾸거나, 좀 더 영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여행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2023년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단체 여행을 주제로 한 ‘동인천 웰니스 여행’과, 일하는 사람을 주제로 한 ‘재즈 워케이션 여행’을 오픈했어요. 체험단을 모집했을 때, 정말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에 계신 분들이 참여했죠. 동인천 웰니스 여행 체험단 중에 12살 된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함께 온 아이어머니께서 “좋은 걸 좋다고 잘 표현하지 않는 아인데, 이번 여행을 좋았다고 표현하더라고요.”라고 전해줬어요. 그 나이 때는 지루하거나 재밌는 걸 참기 어렵잖아요. 어린 소년도 만족할 만큼, 인천의 매력이 잘 전해진 것 같아 뿌듯했어요.


인더로컬은 인천의 매력을 콘텐츠를 통해 전하고 있는데요. 그러려면, 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있는 팀원들도 이를 잘 이해해야 할 텐데, 인천에서 나고 자랐더라도 인천의 매력을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잖아요. 이 지점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아무리 인천 사람이라도, 경험의 축적이 각자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는, 전공이 도시 문화 기획과 관련이 있어서, 동인천에 대해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죠. 그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에, 팀원들에게도 설명보다 ‘체험’을 제안하는 편이에요. 말로 설명하는 건 한계가 있고, 내부에서부터 재밌게 인천을 알아가야, 인천의 매력을 알리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회식 때 주로 동인천의 노포를 방문하거나 문화 체험과 관련된 것들을 하려고 해요. 인천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요.


인천 문화 체험 외에도 타 지역 로컬 콘텐츠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계시잖아요. 타지역 타지역 마을호텔 사례 답사도 적극 참여하셨죠.

다른 지역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지역 내에 선순환을 일으키는지 배우기 위해 답사를 여러 번 다녀왔어요. 저는 동인천에서 사업의 가능성만 보는 게 아니에요. 이 동네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만큼, 우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하고 있어요. 동인천을 살고 싶은 동네로 인식시키는 일이, 지역 내에 선순환을 일으키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거든요.

강화도에서 진행되는 <잠시섬 프로젝트>를 통해, 강화도에 체류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걸로 알고 있어요. 일주일 살기 등을 체험해 보고 강화도살이의 매력을 느낀 거죠. 올해는 공주로 마을호텔을 체험하러 갔는데, 그곳도 마찬가지였어요. 여행 왔던 사람들이, 공주로 돌아와 동네 책방을 열거나 자신만의 일을 시작했죠. 비슷한 과정으로 꽤 많은 분들이 공주에 정착했고요. 공주대 대학생들과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기회들이 쌓이면서 “공주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회를 보여준 게 아닐까 해요. 이처럼 마을호텔 사업의 긍정적인 영향과 필요 이유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의미 있는 체험이었어요.

(공주 마을 호텔 답사 당시의 모습. 인더로컬의 일원들이 퍼즐랩 권오상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동인천도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시골 같은 정겨운 분위기, 소도시 같은 느낌은 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시골은 아니에요. 도시 라이프를 온전히 즐길 수 있어요. 문화 예술, 먹거리, 병원 등을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고, 용산행 특급열차가 있는 동인천역과도 가깝고, 걷다 보면 서울의 유명 뒷골목 못지않은 레트로 감성도 느낄 수 있고요. 이런 점이 좋아서, 동인천으로 이주해 자리 잡았어요. 적당한 도시의 삶을 놓을 수 없었거든요(웃음). 도시 생활이 익숙한 분들이라면, 한 달을 넘어 일 년을 살아도 불편함이 없는 동네예요.


가장 인상 깊었던 마을호텔은 어느 지역이었나요?

국내 최초로 주민들이 만든 ‘마을펍’이 있는 목포요. 2019년에 열린 <제1회 건맥1897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을 계기로, 목포도시재생센터를 비롯한 만호동 해산물 상인회와 주민들이 모여 ‘건맥1897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축제 당시, 수십 년 만에 만호동 건해산물 거리 일대가 낮부터 새벽까지 사람으로 가득 찼어요. 대략 6~7천 명 정도의 관광객이 모였는데, 그때 상일들과 주민분들이 ‘우리도 이렇게 사람이 모이는 축제를 만들 수 있구나!’란 자신감을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매출도 매출이지만, 사람이 왕래하는 것에 반가움을 느낀 거예요. 이후 이벤트성 축제를 넘어, 일상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적극 협동조합을 만들고 출자금을 냈어요. 100명의 지역주민이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6천7백만 원가량의 출자금이 모였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건맥1897스테이’예요. 빈 상가였던 건물을 재생해 1층은 마을펍을 운영하고, 2층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 중이에요.

도시 재생 사업 분야에서, 목포처럼 주민들이 적극 참여한 사례는 드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의미가 남달라요. 무엇보다 1층 펍에 조합원들의 이름을 새긴 맥주잔이 진열되어 있더라고요. 참여한 주민들이 함께 만든 공간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든 거예요. 덕분에 관광객에게만 의지하는 공간이 아닌,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고요. 마을 호텔의 좋은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고 생각해 인상 깊었어요.


타지역 탐방을 통해 좋은 사례를 많이 수집하셨지만, 막상 동인천에서 적용할 때는 ‘맨땅에 헤딩’인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활동을 이어가기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보다 앞서 인천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해 오신 분들이 있어서, 맨땅에 헤딩까지는 아니었어요. 레퍼런스로 보고 배우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이에 대해 가치 있게 봐주신 분들 덕분에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죠. 법인을 만들기 전부터 해마다 진행한 프로젝트를 응원해 주신 분들과 연을 이어가고 있거든요.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게 쉽지는 않은데, 저는 운 좋게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는 주민분들과 일할 수 있었어요. 활동 초기에는 “대학원 다니는 학생이에요.”라고 말하면 “아! 학생이구나." 하시면서 도움을 주시곤 하셨죠. 그리고 인더로컬이 하는 활동과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여러 번 가졌어요. 포디움126 오픈할 때도, 인더로컬이 추구하는 가치, 사업 방향성, 앞으로 어떤 사업들을 해 나갈 건지 설명했죠. 그러면서 인더로컬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간 거 같아요. 그래서 주민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가끔, 포디움126이나 인더로컬에 대한 후기 글을 보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인 줄 아는 분들이 더러 있더라고요(웃음). 인더로컬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긴 하지만, ‘공공성을 놓지 않고, 가고 있다.’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더라고요.


(포디움126의 가오픈을 앞두고 진행된 ‘파트너스 데이’ 당시의 모습. 
포디움126 로컬 편집샵을 함께 하는 창작자가 모인 네트워킹 파티로, 포디움126을 만든 과정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르인천구락부의 마을호텔 프로젝트에서, 포디움126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나요?

포디움126은 ‘컨시어지 컨셉’의 공간이에요. 컨시어지는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처음 만나는 서비스이자, 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서비스예요. 르인천구락부의 패키지여행을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 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포디움126에서 인천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도록 기획 및 운영되고 있어요. 로컬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만든 메뉴 등을 선보이는 카페, 인천을 소재로 만든 굿즈와 인천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을 볼 수 있는 편집샵, 비치된 책을 읽으며 일할 수 있는 라운지로 구성되어 있죠.

기본적으론 카페이기 때문에, 방문하기에 부담이 없는 공간이라, 오신 분들이 자연스레 인천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요. 여행자에게는 여행의 시작을 기분 좋게 만들고, 막막했던 인천에 대한 편견을 허물어 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포디움126은 1920년에 건축된 100년이 넘은 일본식 목조건물을 재생해 만든 공간이에요. 이를 통해 동인천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동인천의 오래된 건물의 매력을 함께 전달하고 있어요.


실제 포디움126에서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요. 여행 콘텐츠 외에도 포디움126의 활용성을 높이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동인천을 살고 싶은 동네로 인식시키려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해요. 무작정 “좋은 동네이니, 여기 와서 사세요.”라고 말하는 건 설득력이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포디움126은, 여행 상품보다 더 초기 단계의 접근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인천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타지역으로 이동이 용이해요. 그러다 보니 인천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더라고요. “인천에서도 이런 걸 할 수 있었어?”란 말이 여기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포디움126을 통해 ‘우연히’,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천 관련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로컬 브랜드와 만드는 미니 팝업 진행, 원데이 클래스 오픈 등 접근성이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죠. 카페에 왔다가 우연히 인천 기념품과 로컬 브랜드의 상품을 알게 되고, 동인천 카페를 검색하다가 원데이 클래스까지 발견하게 되는 방식으로 작은 발견을 이어갈 수 있게요. 이를 위해 현대사회의 필수 요소인 커피와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느껴져요. 취미, 문화생활, 일(work) 등 인더로컬 콘텐츠의 목표는 ‘동인천으로 이주’를 제안하는 거잖아요. 대표님도 실제 동인천이 좋아서, 이곳으로 이주하고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죠.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선택’이 왜 필요하다고 여기시나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아이가 태어나 부모와의 관계가 아이의 안정감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요. 내가 사는 지역과의 관계도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동네에 내가 알고 있는 장소와 이웃들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서 동네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다르니까요. 그 동네에서 잠만 잔다면 살고 있는 집 외에는 알고 있는 정보가 없으니까, 동네가 심리적으로 깜깜하게 느껴질 거예요. 동네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는 건,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동네에서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인천, 특히 동인천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현재까지도 많이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유대관계를 쌓고 있어요. 더불어 제 일도 하고 있고요. 저와 인더로컬을 통해 비슷한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이 동인천에 모이길 바라요.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있는 분들이 모여서 계속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동인천에서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넓혔으면 좋겠거든요. 사실 내가 사는 지역을 선택하려면 ‘먹고 살기 위한 일’도 중요하잖아요. 그 때문에 아직은 르인천구락부를 통해 전혀 다른 영역의 분들에게 이주를 제안하기 어려워요. 우선은 저와 같은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과 일상에 영감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일과 일상이 꼭 서울이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걸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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