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동인천에서 마음의 고향을 만나다


[인터뷰] 도심 속 따스한 시골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상우재> 집주인 우순희 님 



동인천에 오래된 게스트 하우스 ‘상우재(尙友齋)’는, 맹자의 가르침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좋은 벗들이 찾아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주자성리학 박사인 유승상 교수님이, 자신의 서재에 붙이려고 아껴둔 이름을 선뜻 내어준 거라고 합니다.

매일 머무는 집이 휴식처가 되어주지 못한다면, 상우재에 오시는 건 어떤가요? 이름에 담고 있는 의미처럼, 푸근한 격려의 말을 전해줄 인생의 벗이자 진짜 어른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꿈꾸던 다정한 친척집 같은 상우재를 통해, 동인천 원도심에서 마음의 고향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2012년부터 10년 넘게 게스트하우스 ‘상우재’를 운영 중인 우순희입니다. 이전에는 수원에서 거주했어요. 2010년에 방영된 KBS2 <다큐멘터리 3일>을 보고, 게스트 하우스 운영의 꿈을 품은 채 동인천에 왔어요. 제가 본 방송에, 북촌 한옥마을에서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전하는 게스트 하우스의 모습이 방영됐거든요. 저도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상우재를 만들게 됐어요.  


상우재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게 되셨나요?

상우재를 발견한 건 2011년이었어요. 당시 스페이스빔에서 근무하던 언니가, 먼저 집을 보고 나서 추천했어요. 집안에 오래된 벽난로를 보고 반했거든요. 다른 건 보지 말고, 벽난로만 보라고 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저는 가전제품 하나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구매하는, 굉장히 신중한 성격이에요. 그런 저도 이 집을 보고 한 번에 구매를 결정했어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낡고 오래되었지만, 잘 가꾸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둘러 살던 집을 내놓고 일사천리로 3일 만에 계약을 진행했어요. 부동산 사장님이 다시 한번 보라고 권유했는데, 거절했어요. 저 스스로도 집을 산 과정이 희한하게 느껴져서, 인터뷰할 때마다 ‘이 집이 저를 불렀다.’라고 답했어요(웃음)


*스페이스빔은, 지역의 미술 및 문화, 예술 기획 등의 활동을 펼쳐온 대안적 미술활동 공간이다. 인천 동우 창영동 배다리 옛 인천 양조장 건물을 개조해, 1층은 전시공간으로 2층은 사무실을 겸한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왜 이 집이 여사님을 불렀을까요?

집의 역사와 관련 있지 않을까요? 상우재는 1903년쯤 지어진 집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일제강점기에 경기도 도립병원장의 사택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계약할 때는 이러한 역사가 있는 집인 줄 몰랐어요. 수리를 시작하자, 근처 주민들은 물론 역사학자들도 구경을 왔어요. 그분들이 집에 대한 역사를 알려줬어요. 여러 이야기를 듣고 추측했죠.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병원장이라면 풍수지리를 보고 들어오지 않았을까?’ 하고요. 소위 ‘터가 좋은 곳’에 집을 짓지 않았을까요?(웃음) 그러니 이 집이, 긍정적인 생기를 불어넣어 줄 새로운 사람으로 저를 선택한 건 아닌가 싶어요.


많은 관심 속에 수리를 진행한 만큼, 관련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하게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다들 “옛것을 없애지 말고 보존하는 쪽으로 수리를 하라.”라고 공통된 조언을 전했죠. 실제 공사 중에 역사와 연관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고요. 이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화강암이 마당에서 112개나 발견됐고, 전기공사 중에는 천장에서 1950년대 미군의 군사지도가 나왔죠. 해방 후에는 미군 장교가 살았던 것 같더라고요. 역사적으로 부와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이집에 머물렀던 것 같아요.


상우재 오픈 이후의 시간은 어땠나요?

상우재 운영 초기에는 인천관광공사에서 민박형 홈스테이를 모집하길래 신청했었어요. 이를 통해 방학 동안 한국에 오는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했어요. 성심껏 준비한 한복 체험과 한국식 엄마 집밥을 선보였죠. 당시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있는 친척집에 방문한 것 같다.’라며 저희 부부를 ‘코리안 페런츠(korean parents)라고 불러줘서 뿌듯했죠. 홈스테이 이후에 다시 상우재에 와 준 친구들도 있고, 한국의 자연재해 소식이 들리면 안부를 묻는 친구들도 있어요. 참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상우재에서 움직이지 않는데,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드나들며 제 세계가 넓어지고 있으니까요. 제가 꿈을 위해 선택한 동네에서 60이 넘은 나이에도 계속 경험을 쌓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나요?

일본인인 ‘미야코’라는 친구예요. 상우재의 첫 외국인 손님으로, 조용하면서 한국을 배우는 데 적극적인 친구였어요. 이곳이 좋다면서 머무는 기간을 연장했었고, 이후에는 자기 엄마랑 다시 방문했어요. 상우재에 머무는 게 어떠한 자극이 되었는지, 호텔관광 전공이 아닌데 호텔에 취업했더라고요. 미야코가 취업한 호텔에 저를 초대해 줘서 다녀오기도 했어요. 딸의 SNS를 통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미야코는 지금도 저한테 일본인 딸 같은 존재에요.



‘엄마의 정’을 세계적으로 전달하신 거네요.

그렇다고 손님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건 아니에요. 저는 상우재란 집 자체가 좋은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자부해요. 그러니 원한다면 조용하고 평온하게 쉬어갈 수 있어요. 혹시 필요하다면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종종 자기 고민을 털어놓는 손님들도 있거든요. 그럼 저는 그 손님들 편에 서서 위로해 주려고 노력해요. 사실 사는 게 빠듯해서 제 자식들에게는 못해줬던 부분이에요. 돌이켜보니 아쉬움이 남아서, 상우재에 오는 손님들에게는 잘해주고 싶어요. 또, 사람이 ‘잘하고 있다.’라고 인정을 받으면, 나쁜 생각이 들어도 스르륵 풀리잖아요. 저는 그런 힘을 주는 상우재를 만들고 싶어요.


10년째 거주 중인 동인천은 어떠한 동네인가요? 

‘도심 속의 시골’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동네예요. 지나치게 고요하지 않아 더 편안한 것 같아요. 동네 전체가 과거의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산책 삼아 조금만 걸어도,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러한 점들이 상우재와도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해요. 동인천과 상우재의 매력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툇마루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걸 추천해요. 새소리와, 유치원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 등이 모두 적당한 크기로 들리죠. 그 속에서 마당의 식물과 나비를 관찰할 수 있어요. 그러면 ‘도심 속의 시골’이라는 말이 와닿으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응원 또는 독려의 메시지 부탁드려요.

상우재에 머무는 시간만이라도 하루하루 행복하고 편했으면 좋겠네요. 저는 원하는 행복을 얻기 위해, 참고 또 참아야 했던 세대에요. 이 나이가 되어보니, 그 참았던 시간들이 참 미련했었더라고요.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언제 닿을지 모르는 ‘나중에 행복’보다, 당장 느낄 수 있는 ‘지금의 행복’을 상우재에서 되찾아 보세요. 그럼 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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