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도시계획과 문화예술 관점에서 로컬을 연결해요

[인터뷰] , <프로젝트 클립> 대표 홍성지 님, <도시경영연구소> 소장 전경희 님




동인천역에서 자유공원을 오르는 길목 초입, 노란 문 안쪽으로 아기자기한 손 그림과 편안한 분위기의 실내가 인상적인 <프로젝트 클립>이 있습니다. 주말이 되면 동네 아이들의 미술 수업부터 성악가의 음악 교실, 보이는 라디오까지-즐거움이 끊이지 않는 공간인데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동인천에서 학교를 다닌 토박이이자, 문화예술 경영을 전공한 홍성지 님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중엔 학업과 타업무로 인해 서울에 거주 중이지만, 공간만큼은 인천에서 운영하길 고집했다고 하는데요. 따뜻하고 익숙한 동네 분위기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평일은 주말에 비해 공간 사용이 적어서, <도시경영연구소> 전경희 소장님과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고 합니다. 주중엔 도시계획가, 주말엔 문화예술 전공자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클립’에서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려요😊

홍성지 대표(이하 홍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프로젝트 클립’을 운영하고 있는 홍성지입니다. 문화 예술 경영 석사를 수료한 후, 관련 기획 일을 하고 있어요. 예술가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모색하다 ‘프로젝트 클립’을 열게 됐습니다. 공간을 거점으로 여러 기획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전경희 소장(이하 전소장): 저는 도시계획을 전공한 후, 지역 매니지먼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프로젝트로 풀어내는 일이에요. 지역 일을 하다 보니, 복합문화공간이 필요한 때가 많아요. 그래서 홍대표 님에게 공간을 빌려 쓰고 있어요. 





프로젝트 클립은 어떤 곳인가요? 프로젝트 클립을 기획할 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홍대표: 프로젝트 클립을 기획했던 당시, 미술 전시 기획을 주력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작가들과 만날 공간이 필요했죠. 회의할 장소뿐 아니라 여러 기획을 실행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었어요. 특히 음악가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일이 많아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랬어요. 음악, 미술, 영상 등 여러 분야 예술가와 프로젝트를 연결하고 예술가들과 연결도 도모하고 싶었어요.


프로젝트 클립이 동인천에 자리 잡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홍대표: 인천에서 미술 전시 기획 일을 해왔어요. 제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이 근처 학교에 다녔어요. 여기서 태어나 공부했죠.(웃음) 그래서 이 동네가 주는 편안함과 익숙함이 좋아요. 지금은 학업과 또 다른 일이 있어서 서울에 살고 있는데, 일부러 동인천에 공간을 열었죠. 사실 서울에 사무실을 연적이 있는데 동네 분위기도 익숙하지 않고, 아는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 금방 정리했어요.
이곳은 사는 곳과는 멀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좋아요. 다들 도와주시는 분위기죠. 프로젝트 클립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을 때, 동네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벽을 칠하고 가구를 옮기고 청소를 할 때는 지역 예술가분들이 함께해 주셨고, 작은 가구들도 주변 사장님들이 가져다주셨어요. 모든 분의 마음이 하나하나 모여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이곳에 프로젝트 클립을 만들겠다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홍대표: 서울에 있는 지인들은 너무 멀지 않겠냐는 말을 하긴 했어요. (웃음) 그런데 사실 저는 고등학교 친구와 인천 지인이 훨씬 많아요. 그래서 우려의 말보다는 반기는 말을 더 많이 들었어요. 이 건물 지하에는 친한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들이 있거든요. 작가 중 한 명은 저랑 동창이에요. 그래서 사무실을 준비하면서 친구들이 많이 챙겨줬어요. 어려움이나 우려보다 도움과 격려가 훨씬 많았어요.





프로젝트 클립을 운영한 지 1년 정도 되셨는데요. 기획했던 공간을 직접 운영해 보니 어떠셨어요?

홍대표: 일단 아쉬운 점부터 말씀드리자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활용하지 못했어요. 요즘은 주말만 공간을 활용하고 있어요. 주중엔 대학원과 다른 업무를 봐야 하고, 주말에 동인천에 와요. 주말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알차게 돌아가고 있죠. 평일에도 오고 싶었는데 다른 일 때문에 잘 안됐어요. (웃음) 그게 아쉽네요. 그렇지만 주말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내년엔 프로그램 외에도 많은 예술인과 만나서 간담회 등 여러 기획을 해보고 싶네요. 전시 기획도 더 활발히 하고 싶은데 지금은 시간상 제가 감당이 안 돼요. 내년에는 일정과 환경을 개선해서 다채로운 기획으로 확대하고 싶어요. 


프로젝트 클립을 운영하면서, 동인천에서 이웃들과 있었던 인상적인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홍대표: 공간이 1층에 있다 보니 그냥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어 오셔서 공간에 관한 질문을 여러 개 하세요.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거죠. (웃음) 이야기하다 보면 재밌어서 즐거운 일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간 처음 열 때 떡을 돌렸거든요. 개업 떡을 받으신 동네 분들이 과일, 판매하시는 물건 등 여러 선물을 쥐여 주셨어요. 동네의 따뜻함을 다시 한번 느꼈죠.





프로젝트 클립에서 운영하시는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소개 부탁드려요.  

홍대표: <봉쥬르! 나의 뮤즈>와 <연필 깎는 사랑방>은 이제 막 끝난 사업이에요. <봉쥬르! 나의 뮤즈>는 14곡의 불어 가곡을 배우며, 일상 속 영감을 찾는 성악 강의였어요. 청년 재단 사업이었고, 장하영 성악가와 함께 진행했죠. <연필 깎는 사랑방>은 드로잉 클래스인데요. 작가적 시선의 드로잉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이었죠. 자기 내면을 글로 표현해 보고 다시 이미지로 옮겨 보는 거죠. 자신을 들여다보고 찾는 수업이에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삐약 드로잉>과 <개살토크>예요. <삐약 드로잉>은 두 어린이와 함께하는 미술 수업이에요. 4~5세의 귀여운 아이들인데, 이 시기가 사회성을 기르는 중요한 시기거든요. 옆 친구와 함께 또래 미술 수업을 진행해요.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리고 만드는 미술 시간이에요. 잘하는 것보다 즐겁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개살토크>는 라이브로 진행하는 보이는 라디오예요. 자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기획한 콘텐츠죠. 지역의 다양한 사연을 받고, 음악을 틀어 드려요. 현재 시즌2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먼저 이 동네를 알기 위해 시작했는데 꾸준히 사연이 들어오고 있어요. 수적으로 많진 않지만, 주민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앞으로 공간과 지역에 애정이 있는 분들과 꾸준히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프로젝트 클립에서 또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홍대표: 1년 동안 여러 지원사업도 참여해 보고 협업 진행도 열심히 시도했어요. 1년간 공간을 운영해 보니, 양적으로 협업을 늘려나가기보다 ‘공간만의 색’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개살토크>처럼 프로젝트 클립만의 자체 콘텐츠를 갈고 닦으려 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지역 매니지먼트인 전소장님이 '오디너리 동인천' 여행에서 '라이프앳로컬' 호스트가 되셨는데, 운영하실 프로그램 소개 부탁드려요. 

전소장: 동인천 여행의 처음을 여는 프로그램이에요. 지역 매니지먼트로서 이 동네를 소개하고 여행자의 취향대로 동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해요. 많은 분이 ‘지역 매니지먼트’라는 직업을 잘 모르세요.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개선 될수있도록 고민과 제안이 담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이죠. 제가 해온 일을 소개하며 동네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에요. 이와 함께 르인천구락부의 여행가이드 지도, 온라인 가이드북을 보려고 해요. 동네 곳곳 제 취향이 담긴 장소와 여행방식도 소개하려고요.   





'오디너리 동인천' 호스트로 참여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기대하시는 점도 있는지 궁금하고요. 

전소장: 이 지역에 오래 살았고 애정이 깊어요. 인더로컬에서 기획한 ‘오디너리 동인천’을 초창기부터 지켜봤는데 의미도 있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살았던, 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저부터 참여해 보자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 프로젝트 클립이 더욱 활성화되면 좋을 거 같았어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들이 많은 공간인데, 주중엔 활용도가 낮거든요. 이 공간에서 여행자분들과 동인천 여행의 시작을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중에 이 공간에서 다양한 여행자들과 즐거운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어요. 홍대표는 문화예술 관점에서, 저는 도시계획 관점에서 연결을 추구해요. 서로 다른 관점이지만 관통하는 공통점은 역시 ‘사람’이에요. 여러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홍대표: 맞아요. (웃음) 어떤 곳이든 소개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장소를 얼마나 알고 또 애정하는지에 따라 말에 에너지가 담기니까요. 저와 전소장님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네에 추억과 애정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사람과 연결, 동네를 향한 애정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삶터로서 동인천을 조명하는 로컬 여행’이라는 여행상품 취지에 깊은 공감도 있었죠. 



동인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장소를 소개해 주세요.

홍대표: 일단 ‘프렌치빌’이요. 중학생 시절부터 다닌 곳인데 의자도 너무 편하고 빵도 다 맛있어요. 어릴 때부터 다녀서 그런지 마음이 편한 곳이에요. 동네 어머님들이 자주 찾는 카페인데 저는 어머님들이 가는 공간이 ‘진짜 로컬픽’이라고 생각해요. 카페에 갔는데 어머님들이 많이 보이면 기분이 좋아요. 어머님들이 꼼꼼하시잖아요. 무조건 맛있고 편한 곳이라는 거죠. ‘신포 닭발’도 좋아해요. 원래 홍예문 바로 아래 작은 가게였는데, 지금은 조금 아래쪽으로 이전했어요. 아주 오래된 가게인데 옛날 느낌 그대로인 게 참 좋아요. 정말 맛있고요.

전소장: 저는 ‘포디움126’과 ‘할매집 식당’이요. ‘포디움126’은 공간의 과거와 현재를 알기 때문에 공간을 볼 때마다 신기해요. 근대식 건물을 개조했는데, 옛 모습이 잘 살아 있어요. 커피도 맛있고 공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할매집 식당’은 백반집인데 작은 상 그대로 서빙해주세요. 요즘 이런 백반집이 없거든요. 테이블도 적고 요즘 식당 같진 않지만, 매일 반찬이 바뀌죠. 꼭 가보시면 좋겠어요. ‘신포 옛골’이라는 이모 오마카세집도 너무 좋아해요. 사장님이 제철 해산물을 알아서 내주시는데 정말 알차요. 반찬도 모두 정갈하고 참 맛있어요.

돈 안 들이고 가볼 수 있는 곳 중에는 ‘답동성당’과 ‘보는하우스에서 자유공원 올라가는 계단’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답동성당이 주차장을 지으면서 저녁에 가면 참 멋진 곳이 됐어요. 계단 길을 둥그렇게 오르면 멋진 성당 건물과 원도심 풍경을 즐길 수 있어요. 보는하우스에서 자유공원 올라가는 계단은 산책로예요.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바람길이죠. 여름이면 산책하시는 분들이 길목에 있는 의자에 누웠다 가실 정도로 좋아요. 혼자 산책하기 너무 좋고 사계절 모두 아름다워요.





동인천으로 이사 올 미래의 이웃을 위해 슬기로운 동네 생활 꿀팁 한가지 부탁드려요.

홍대표: 이사 오신다면 이웃과 빨리 친해지시길 권해 드려요. 동네 분들이 따뜻하시고 도움 주시려는 분이 많아요. 좀 시골 같은 느낌이에요.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서라고 생각해요.  


전소장: 전 조급해지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굳이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홍대표 님과 나이 차가 있는 편이라, 비우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아요. 이 동네는 아주 활동적인 일을 할 수도있지만, 정적인 활동도 잘 어울려요. 비우는 동네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물론 오시는 분의 나이나 성향에 따라 다르겠죠. (웃음) ‘무엇이든 괜찮다’! 라고 마무리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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